[日, 왜곡 역사교과서 채택]韓中日 외교적 갈등 격화 예고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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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교육위원회가 26일 역사왜곡 논란을 빚어온 교과서를 내년도 한 도립학교 중학생용 교재로 채택하면서 역사 왜곡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내년 여름 일본의 각 공립학교가 잇달아 이 왜곡 교과서를 채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파문이 예상된다.

▽배경=이번 도쿄도 교육위 결정은 국수주의 경향이 수년 사이에 급격히 두드러지고 있는 일본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국수주의 목소리를 대표해 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도쿄 도지사로 있는 데다 교과서 채택권을 쥔 도교육위 위원 또한 유사한 성향 인사가 대부분이다. 도쿄도교육장은 문제의 왜곡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집회에 참석해 노골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계의 분위기도 왜곡 교과서 채택 분위기를 조성했다.

6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의 앞길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을 비롯해 자민당 소속 지자체 의원 680여명이 참석했다. 연사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부회장 다쿠쇼쿠(拓殖)대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였다.

▽논란=그간 일본 시민단체와 왜곡교과서 채택 반대운동을 펼쳐 온 민단 청년회 김종수(金宗洙) 기획사업부장은 “이번 결정은 단지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왜곡된 역사관을 교육계에 들여놓기 위한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역사교과서는 일본 건국과정을 설명하면서 신화의 세계를 사실인 것처럼 기술해 일제하 황국(皇國)사관 교과서를 연상케 한다.

또 아시아 각국에 대한 침략전쟁을 구미 열강의 식민 상태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한 해방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등 현대사마저 왜곡했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일제의 침략전쟁, 학살, 징병, 군위안부 등 가해 실상을 소개해 온 기존 교과서를 ‘자학사관’ ‘승자에 의해 강요된 해석’이라고 주장해 왔다.

▽전망=2001년 중학교용 역사 교과서를 채택할 때는 많은 시민단체와 학부모, 교직원 등의 반대운동으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의 시도가 좌절됐다. 도쿄의 공립양호학교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전국 542개 교육구에서 왜곡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

그러나 이 모임은 이번 도쿄도의 결정을 돌파구 삼아 내년에는 전국 학교 10%에 문제의 왜곡 교과서를 보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단 김 부장은 “2002년 북한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한 뒤 확실히 일본이 보수 우경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의 계산처럼 그렇게 쉽게 채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왜곡 교과서 채택 반대운동에는 일본 내 76개 시민단체가 참여했고 전국에서 2만여명의 시민이 반대서명을 한 바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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