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전 평택주민들 “50년간 피해 보았는데 또 땅 빼앗나”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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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따른 주민 설명회가 열린 24일 오후 경기 평택시 서탄면 사무소 2층 회의실.

설명회에 참가한 150여명의 주민은 “그동안 정부가 대화 한번 없이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미군기지 이전을 결정해놓고는 이제 와서 무슨 설명회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당초 오후 3시부터 열리기로 돼 있던 설명회는 주민들의 항의와 소동으로 30여분간 지연됐지만 당초 예상됐던 격한 시위나 마찰은 없었다.

국방부와 국무총리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은 1시간에 걸쳐 미 공군 기지(K-55) 주변 신장1동, 서탄면 황구지리, 금각2리 등의 64만평을 매입키로 했다고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설명했다.

서탄지역은 이미 지난해부터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감정원이 50만평 규모의 토지매수를 진행해 온 곳. 주민들의 반발로 아직 일부 토지만 매입이 이뤄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에 공식 확정된 64만평 가운데 늘어난 14만평이 어디인지, 매입가격은 얼마나 되는지에 주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설명이 끝난 뒤 주민들의 질문과 성토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왜 우리 땅이 포함됐는지부터 매수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거나 정부가 그동안 주민들을 무시했다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이곳 주민들은 지난 50여년간 입어온 고통에 대한 피해의식을 드러냈다.

주민 530명은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에 1인당 100만원씩 5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

한 주민은 “미군이 과거 수십년간 소음피해를 방치했고 정부도 이를 묵인해줘 주민들은 난청 등 신체적 피해 외에 농사 피해, 주택 균열 등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에 불참한 황구지리 신용조 이장(38)은 “국방부가 과거 50년간 주민들이 본 피해나 고통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나 피해보상 없이 추가로 땅을 빼앗으려는 데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먼저 정부가 사과해야지 아직 토지 매수는 얘기할 단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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