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여당은 3류 사무라이, 야당은 물귀신"

  • 입력 2004년 8월 20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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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3류 사무라이 짓, 야당은 물귀신 짓"

여야의 과거사 규명 작업 착수에 대해 진중권(陳重權·사진) 중앙대 겸임교수가 "치고받는 여야의 요지경"이라며 꼬집고 나섰다.

진 교수는 20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다카키 소위와 시게미쓰 오장'이란 제하의 칼럼에서 "가요계에 '하사와 병장'이 있다면, 친일계엔 '소위와 오장'이 있다"며 "몇 달 전에 신기남 의장은 박근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소위와 오장'의 끈끈한 우애를 자랑한 바 있다"고 비꼬았다.

그가 거명한 '다카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게미쓰'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의 부친인 신상묵 씨의 일제하 이름이다.

진 교수는 칼럼에서 "같은 학교를 나와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던 다카기 소위와 시게미쓰 오장은 해방 후 180도로 다른 길을 걷는다"며 "소위는 남로당 군책을 하고, 오장은 빨치산 토벌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박대표는 과거청산에 동의하며, 해방 후 친북용공 활동을 했던 사람들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면서 "갑자기 아버지의 해방 후 행각이 궁금해진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또 "소설가 이문열이 어느 신문에서 '겐페이 고초'(憲兵 伍長) 얘기를 할 때만 해도 그게 무슨 얘기인지 몰랐다"며 "한 방송 토론에서 반대측 패널이 '진짜 악질은 하사관 이하에 많은데 왜 조사대상을 소위 이상으로 했느냐'고 따져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여당 당의장 부친의 친일행각이 언론에 보도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심오한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며 "이 뉴스를 접하고 실은 박장대소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폭소는 두 세력을 향한 것"이라며 '여당의 3류 사무라이 짓'과 '야당의 물귀신 짓'을 거론했다.

진 교수는 "과거사를 청산하겠다며 보기 좋게 칼을 빼든 여당. 칼날이 번득이며 허공을 가르자, 하늘에서 뭔가 떨어진다. 근데 이 사무라이가 벤 것은 제 자신의 목이었다"고 비유했다.

그는 또 "게다가 지금 분위기를 보니, 여당은 남을 베기 전에 그 칼로 자신의 배부터 갈라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또 한나라당이 '친일은 소위만 했나, 오장도 했다'는 관점을 갖고 역사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누가 뭐래? 정 원한다면 오장까지 다 조사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도 옛날 같았으면 이 물귀신 작전이 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잘못 걸렸다"고 못박은 뒤, "대통령이 어떤 분인가? 툭하면 대통령의 직을 걸고, 정권의 명운을 거는 도박꾼"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또 일부 언론을 겨냥해 "관동군 소위를 조사대상에 넣었더니 '야당을 음해하는 음모', 그 사람은 뺄 수도 있다고 했더니 '제멋대로 넣었다 뺐다 하는 것으로 보아 조사 자체가 정치적'이란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장의 친일행각도 조사하자고 하면 뭐라고 할까"라고 물은 뒤 "조선일보의 반응은 '아군 희생 딛고 가자 과거사로', ' 목표에 모든 걸 거는 노대통령 정치', '위기마다 정대철·안희정 등 측근 제물 돼'였다"며 해당 신문의 표제를 인용, 힐난했다.

진 교수는 칼럼 말미에서 "다카키 가문이나 시게미쓰 가문의 가족사는 덮어둬야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어 바로잡아야 할 온 민족의 역사"라며 "시민사회는 이번 일을 역사를 바로잡는 확실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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