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감독권 강화…감독기구 통합무산

  • 입력 2004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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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갖고 있던 금융 감독정책 관련 권한이 금융감독위원회로 대폭 이양된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금융 감독 관련 법률 제정·개정권을 사실상 행사하게 됐다.

하지만 금융계가 요구해 온 금융 감독기구 통합이 사실상 백지화되고 금감위와 금융감독원 사이의 업무 분담이 여전히 불투명해 ‘조직이기주의에 밀린 미봉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위원장 윤성식·尹聖植)는 13일 금감위 권한 강화를 뼈대로 하는 ‘금융 감독체계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혁신위는 이달 중 관련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편 방안에 따르면 금감위가 금융 감독 관련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을 요구하면 재경부는 원칙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에는 사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재경부는 금융위기와 관련된 주요 거시경제정책 사항에 대해서만 개입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 기준인 자기자본비율 등 금융관련 법률 시행령도 금감위 감독 규정으로 격하된다. 금감위 감독 규정은 시행령과 달리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 사무국은 △감독규정 제정이나 개정 △금융관련 인허가 및 제재 △불공정 조사 등 ‘공권력 집행 분야’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직접 수행하게 된다.

금감위 사무국 인원은 현행 70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금감위 사무국에 금감원 직원을 포함한 개방형 민간전문가 채용을 확대하도록 했다.

금감원에 대해서는 검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 관계에 대한 감독업무를 주로 수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의 구체적인 업무조정은 양측 합동실무협의체를 통해 도출하라고 권고했고, 큰 쟁점이었던 감독기구 통합도 무산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양대 김대식(金大植) 경영학과 교수는 “감독의 중립성 측면에서 개혁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의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여 감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기대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복 규제’의 폐해를 들어 어떤 형태로든 감독기구 통합을 주장해왔던 금융계에서도 “정부혁신위가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 양측의 ‘조직이기주의’에 밀려 졸속 미봉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편 금감원 중심의 민간 통합 감독기구로의 개편을 요구해 온 금감원 노조는 “감독기구 통합논의 백지화는 개혁정책의 후퇴”라며 “국회입법 과정에서 토론회, 입법청원 등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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