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원들, 출입기자에 확약서 요구해 물의

  • 입력 2004년 8월 12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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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측이 기자들에게 전달한 '확약서'. /데일리안 제공
비대위측이 기자들에게 전달한 '확약서'. /데일리안 제공
최근 열린우리당이 기간당원의 자격요건 완화를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개정을 반대하는 평당원들이 언론사 취재기자들에게 보도 범위에 대한 확약서를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12일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이 확약서(사진 참조)는 '열린우리당 당헌당규 개정·개악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당원들의 자발적 행동인 단식 농성과 중앙당사에서 개최될 8월 15일 행사를 취재함에 있어서 그 내용이 당원들의 정당한 목소리임을 취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확약서는 △자신들의 움직임이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권한의 확보 차원인 것처럼 보도하지 말것 △당권파와 개혁당 출신들간에 세력 대결 양상인 것처럼 보도하지 말것 △만약 이와 같은 내용으로 보도될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을 질 것 등을 요구하면서, 소속 언론사 이름과 취재기자의 성명을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보도 방향에 대한 이같은 '확약서 요구'는 국민의 알 권리 및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 시비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에 출입하는 한 기자는 "기사에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건 민주주의하 언론의 기초 상식"이라며 "그러나 취재원이 이를 놓고 미리 확약서를 요구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열린우리당 출입기자는 "보도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으며, 이같은 인식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씁쓸해 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최근 '전국 정당화, 대중 정당화' 추진과 관련, "현재의 기간당원 자격요건이 너무 엄격해 당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즉 6개월 이상 매월 2천원 이상의 당비를 납부한 경우에만 기간당원이 될 수 있게 한 현행 당헌·당규를 개정, 연간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내고 일정 정도의 당원 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도 기간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에 대해 비대위는 "구태정치의 표본인 동원정치와 금권정치가 재현될 수 있다"며 반발, 지난달 10일부터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당헌·당규 개정 반대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8일 오후엔 신기남 당의장이 게시판에 쓴 글이 홈페이지내 '쓰레기통'인 해우소로 보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지난 10일부터 영등포 중앙당사와 전북도당 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고, 오는 15일 중앙당사에서 '당헌·당규 개악 저지 전국 당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따라서 오는 20일 예정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와 이달말 열릴 중앙위원회에선 이 문제를 놓고 당내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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