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법무 "중수부는 집안의 엄한 할아버지와 같아"

  • 입력 2004년 8월 12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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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엄한 할아버지가 계시면 자손들이 단정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승규(金昇圭·사진) 법무부 장관이 12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 중수부를 '엄한 할아버지'에 비유하며 폐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중수부는 아직 폐지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다만 그 기능을 시대 변화에 맞게 좀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국적인 규모의 큰 범죄들이 있을 수 있어 중수부는 있어야 한다"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좀 무서운 기관이 있구나, 늘 관찰하고 관심을 갖고 있구나, 이런 인식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립과 관련, "기소독점주의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김 장관은 "만든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법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소권의 분산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교과서에서는 기소독점주의라고 번역이 돼 좀 어감이 안 좋지만, 그것은 기소권은 한 군데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두 군데서 가지고 있다면 기소 기준에 관해 어떠한 통일성이나 일관성, 예측 가능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데에선 불구속하고 어떤 데는 구속하면, 들쭉날쭉해서 국민들이 도무지 법적 안정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검찰 개혁과 관련, "우리 강금실 장관님께서 참 훌륭하게 개혁을 잘하셨다"며 "저도 제 자신을 평가해볼 때 원래 좀 개혁적인 성향의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김 장관은 검찰 출신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양면성이 있겠지만 균형을 갖추면 된다"며 "안에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고쳐야 할지 사정을 잘 알고, 또 밖에서도 살았기 때문에 밖에서 보는 시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존중, 인간배려'를 강조한 것에 대해선 "이제 우리도 선진국답게 수사 과정에서도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해가면서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의와 사랑은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교정 행정 개선 방안에 대해선 "요즘은 너무 재소자 인권만 집중하다보니까 교도관들에게 대들고 이런 경향도 생겨났다"며 "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도관이 우선 업무환경도 안좋지만 재소자 부담이 많다"며 "올해 7백명 정도 증원하고 3개년 개획을 세워 3천명 정도는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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