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침략'이 진출? 日 '역사교과서' 논란 재가열

  • 입력 2004년 8월 6일 14시 32분


코멘트
일본에서 '역사 교과서' 채택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아시아 침략을 '진출'이라고 주장하는 국수주의에 바탕을 두고 기술된 역사교과서를 비판해온 일본의 시민단체 등은 6일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계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반대 운동=시민단체인 '도쿄네트워크'와 민단 산하 재일 한국청년회 중앙본부는 이날 오전 도쿄도 의회 청사에서 회견을 갖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후소샤(扶爽社) 간행 역사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각계의 관심을 호소했다.

내년 4월 개교를 앞두고 도쿄 다이토(台東)구의 한 도립 중고교가 이달중 중학생용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데 현재 분위기로 보아 역사왜곡 교과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큰 탓. 교과서 채택권을 쥔 도쿄도 교육위 위원들은 대부분 국수주의적 성향. 학교 자문단도 비슷한 인사들이다. 도교도 교육장은 최근 '…만드는 모임'측 집회에 참석해, 교과서 채택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민단 청년회 김종수(金宗洙) 기획사업부장은 "왜곡된 역사관을 교육계에 들여놓으려는 이러한 흐름에 단호히 반대해 채택반대운동을 벌이게 됐다"고 전했다.

△불길한 조짐=주일 한국대사관과 일본 언론계 인사들은 각 공립학교가 2006년도~2009년도에 사용할 역사교과서를 일제히 채택하는 내년 여름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번 도쿄도내 한 학교의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 전체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전초전 성격이다.

'…만드는 모임'측은 자신들의 교과서가 이번에 채택되면 이를 돌파구로 삼아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보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이 단체는 "역사교과서 채택은 조용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반대운동을 젊잖게 비난하고 있을 뿐이다.

4년전 학부모,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 운동으로 교과서 보급에 실패한 단체가 짐짓 여유를 부리는 것은 최근 자신들의 견해에 동조하는 정계 분위기 때문이다.

6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의 앞길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이 한 례.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을 비롯, 자민당 소속 지자체 의원 680여명이 대거 참석했으며 '…만드는 모임'의 부회장 타쿠쇼쿠(拓植)대학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교수도 연사로 참석했다. 한 자민당 소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전국 학교의 10% 정도가 이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이 역사교육 개선의 특효약"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쿄네트워크'측은 이같이 불길한 조짐에 자극받아 현재 도교육위 위원들에게 채택 반대 의사를 담은 엽서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7월23일에는 5230명의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반대 서명을 도쿄도에 전달한 바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