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1일 18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이 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안한 과거사의 포괄적 진상규명과 청산작업을 위해 당내에 가칭 ‘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1세기 정보화, 지식문화, 개혁의 시대로 가기 위해 일제강점기와 혹독한 냉전시대, 군사독재 시대의 어두운 유산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의장이 제안한 ‘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넬슨 만델라 대통령 집권 이후 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위해 1994년 설치한 ‘진실과 화해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를 차용한 것.
사실에 대한 규명작업은 철저히 하고 법적 도덕적 책임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화해를 추구한다는 것으로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 때 김근태(金槿泰) 현 보건복지부 장관이 포괄적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신 의장은 “한나라당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싶다. 일단 당내에 위원회 구성을 추진한 뒤 국회에 설치하자”며 한나라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 아이디어는 “미래를 향해 갈 길이 바쁜데 집권 여당이 과거사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반격에 맞서고 노 대통령의 과거사 해법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병두(閔丙두) 기획위원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정치권의 과거사 및 국가정체성 공방에서 명분과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
한나라당은 즉각 신 의장의 제안 자체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았다. 명칭을 ‘진실 화해 미래’로 포장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옭아매겠다는 계산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를 파헤치는 일은 국회나 정치권의 본분이 아니다”면서 “신 의장은 그런 위원회 구성에 앞서 이미 여야가 구성에 합의한 일자리 창출과 규제개혁 등 6개 국회 특위를 조속히 가동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과거사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난 등 ‘현재사’ 해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며 인위적으로 정국혼란을 조성해 곤경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여권의 ‘유신독재’ 공세에 대한 글을 올려 “요즘 더위만큼이나 저도 어렵고 힘든 나날을 이겨내고 있다”며 “누구나 살면서 어떤 어려움도 없이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꼭 딛고 일어서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