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脫北]BBC “北에 두고온 가족 박해 우려”

  • 입력 2004년 7월 27일 2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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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위험한 길을 돌아왔다.’

영국의 BBC는 27일 탈북자의 대규모 한국 입국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이날 탈북 과정과 입국 표정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일부 신문은 대량 탈북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량 탈북의 신호탄=로이터통신은 “북한을 탈출한 200여명의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했으며 조만간 추가로 200여명이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며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모습과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 표정, 앞으로의 일정 등을 자세히 전했다.

대부분의 외신들은 단일 규모로 사상 최대인 이번 탈북자 수에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BBC뉴스는 “이번 탈북자 규모는 사상 최대”라며 “연간 탈북자 수는 2000년 312명에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들 탈북자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이 박해를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한국으로 건너온 탈북자는 작년에 1218명으로 지금까지 한 해 최고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이미 760명이나 돼 이대로 가면 작년 기록을 갈아 치울 것이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CNN은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과 억압적인 공산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북하고 있다”며 “대부분은 국경을 넘어 인근 중국으로 가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국가로 경로가 다양해졌다”고 보도했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몇 년 내 입국 탈북자 1만명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문제점과 과제=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로서는 제3국으로 탈출해 구조를 요청하는 동포를 모른 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번처럼 대량으로 받아들이면 북한을 자극하기 때문에 미묘한 문제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다음달 3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장관급회담 일정 조정에 응하지 않은 것은 이번 탈북자 입국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ABC뉴스는 “3, 4명씩 한국으로 왔던 탈북자들을 적응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현행 탈북자 정책은 대량 탈북에 맞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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