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제청 김영란 부장판사는 누구?

  • 입력 2004년 7월 23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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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김영란(金英蘭·48) 대전고법 부장판사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선후배 및 동료 법관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를 중시하는 판결 성향을 보여왔다. 2002년 9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 때 국가정보원이 피고인과 변호사의 접견을 거부한데 대해 "헌법에 보장된 접견교통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 2003년 5월에는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에게 '왕따'를 유발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 4학년 때인 1978년 사법시험 20회에 합격한 뒤 2003년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고법 부장판사에 오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2001년엔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낸 검사 출신의 강지원(姜智遠·54) 변호사가 남편으로 '판·검사 부부' 1호인데, 독특한 가정교육으로도 유명하다.

큰 딸(21)이 고교 입학 한달 만에 "규격화된 학교가 싫다. 수능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전남 담양의 대안학교 한빛고교에 보냈다. 현재는 미국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 중. 작은 딸(17) 역시 경기 성남시 분당의 대안학교 '이우(以友)학교'에 다니고 있다.

강 변호사가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자녀교육론을 폈는데, 이과였으나 서울대 법대 합격자를 많이 내야 한다는 고교 입장 때문에 진로를 바꾼 김 부장판사도 적극 찬성했다고 한다.

평범한 '며느리'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1982년 결혼 후부터 지난해 시어머니가 세상을 뜰 때까지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치매였던 시아버지의 경우엔 6년 동안 대소변을 받아냈다.

취미는 독서. 틈 날 때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다. 고교 시절엔 신문반에서 문재(文才)를 과시하기도 했다.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과 조배숙(趙培淑) 열린우리당 의원이 경기여고(63회)-서울대 법대 동기동창. 여고 시절 같은 반을 한 적은 없는데 강 장관이 여성 형사지법 판사 1호, 조 의원이 여성 검사 1호, 이 부장판사가 사시 동기생 부장판사 1호를 기록하면서 법조계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부산(48) △사법시험 20회 △1981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1993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1년 서울지법 부장판사 △2003년 대전고법 부장판사.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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