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오죽했으면…" 외교안보부처 '靑-軍갈등' 반응

  • 입력 2004년 7월 22일 18시 58분


‘서해 핫라인 보고누락’ 사건으로 불거진 청와대와 군의 갈등 사태에 대한 외교안보 부처 의 반응은 대체로 ‘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동정론’과 ‘군도 이젠 변해야 한다’는 ‘비판론’으로 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주적 개념과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지나치게 진보적인 결정 등 최근 안보와 이념의 정치쟁점화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24시간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군으로선 이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출신의 정부 고위관계자도 “군 내부에선 ‘한미방위태세가 북한의 군 전력을 압도하지만, 심리전에선 북측에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가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가 건강하게 상존하는 사회가 ‘선진 사회’인데, 최근 우리 사회는 진보 세력의 약진과 확산에 군 같은 보수 세력이 불안해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일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는 ‘시대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하는 군내 일부세력’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NSC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과 추구하는 가치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며, 수구적으로 거역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군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뭐라 평가하기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21일 “조사를 엄격히 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방침을 정하는 게 좋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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