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패러디 논란]14시간동안 초기화면 배치

  • 입력 2004년 7월 1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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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 열린마당난 맨 처음에 떠있다가 삭제된 ‘조선 동아의 말바꾸기’에 나오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패러디 사진과 글. 사진은 영화 ‘해피엔드’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으로 선정적인 내용이어서 흐리게 처리했다.-문제의 패러디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 열린마당난 맨 처음에 떠있다가 삭제된 ‘조선 동아의 말바꾸기’에 나오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패러디 사진과 글. 사진은 영화 ‘해피엔드’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으로 선정적인 내용이어서 흐리게 처리했다.-문제의 패러디
‘국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 홈페이지 운영이 전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이 일부 인터넷 사이트처럼 원색적인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 차 있고 생산적 토론보다는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질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자유게시판과 회원게시판으로 분리 운영되며 하루 600∼700건의 글이 올라온다. 핫이슈가 있을 때는 1000건을 넘길 때도 있다. 국정홍보비서관실의 홈페이지 담당자는 이중 4, 5건을 선택해 방문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시로 초기화면의 ‘열린마당’에 올린다.

문제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패러디 사진과 글은 원래 ‘첫비’라는 패러디 전문가가 제작한 것을 ‘첫비팬’이라는 제3의 네티즌이 13일 오후 2시43분경 게시판에 올렸고 이를 담당자가 오후 5시경 초기화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옮겨 놨다.

청와대측은 14일 “열린마당에 올려지는 글이 꼭 청와대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담당자가 글을 선택할 때도 담당비서관에게 일일이 확인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담당자도 글 중심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패러디 사진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더구나 게시판 담당자가 1명뿐이어서 제때 일을 처리하기엔 무리라는 것. 그러나 이런 민감한 내용을 담당자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초기화면의 ‘열린마당’난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홈페이지 운영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측은 안영배(安榮培) 국정홍보비서관이 14일자 본보 보도를 보고난 뒤에야 관련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오전 7시경 초기화면의 ‘열린마당’에서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전 9시경 게시판에서도 완전 삭제했다는 것.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청와대 홈페이지 운영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실제 청와대는 홈페이지의 상당 부분을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과 언론을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해 왔다. 이런 풍토가 문제의 패러디 사진이 여과되지 않고 게재되는 한 원인이 됐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신행정수도 논란과 관련해 ‘동아 조선은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는 청와대 브리핑도 왜곡된 사실에 근거했다는 본보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네티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게시판도 정치 선전장화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글은 물론 야당 지도자를 폄훼하는 내용도 많다.

청와대는 7월 2일자로 ‘음란성 글, 인신공격성 글 등은 삭제 또는 해우소(인터넷상에서는 휴지통에 해당)로 보낼 것이며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겠다’는 회원게시판 운영 원칙을 공지해 놓았다. 그러나 워낙 많은 글이 올라오고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편 본보 보도 이후 이날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 건수가 폭주해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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