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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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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법 해석=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법은 의문사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 그 사인이 밝혀지지 않고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인해 사망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민주화운동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따라 ‘1969년 8월 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자세히 규정된 민주화운동에 대해 그 내용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민주화운동을 군부정권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권을 거부한 운동만으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전체적으로 제약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권운동 등과 같은 운동들도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변형만, 김용성씨 사건에 대해 보안감호처분의 부당성을 알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것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 민주화운동을 폭넓게 해석했다.
반면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는 “민주화운동이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좁게 해석했다.
▽관점의 차이=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진상 규명이 주요 기능인 만큼 변씨와 김씨 사망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죽음에 초점을 맞춰 의문사로 규정했다. 즉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판단을 내렸을 뿐 두 사람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에 반해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는 죽음은 물론 죽음에 이르게 한 두 사람의 행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했느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응=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 관계자는 “의문사위와 보상심의위가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각기 다른 것 같다”며 “보상심의위는 민주화운동이란 근본적으로 헌정질서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철수(金哲洙·헌법학) 명지대 석좌교수는 “애초 의문사위의 ‘민주화 기여 인정’ 판단이 잘못됐다”며 “보상심의위가 제대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색했다.
박연철(朴淵徹) 변호사는 “의문사위는 위법한 공권력에의 저항까지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인정하고 보상심의위는 민주화운동이라 할 때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대통령 직속 의문사委 vs 총리 산하 보상심의委▼
간첩 사망사건과 관련해 각기 다른 결정을 내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보상심의위)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0년 나란히 출범했다.
두 기구의 설립 근거는 1999년 국회를 통과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으로 두 법은 권위주의 정권을 청산하고 과거와 화해한다는 의미에서 제정됐다.
국무총리 산하 기구인 민주화보상심의위와 대통령 직속 기구인 의문사위는 명칭의 차이처럼 각 기구가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다. 우선 민주화보상심의위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과 그 유족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민주화보상심의위에 의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면 명예회복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의문사위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 보이는 것 중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에 대해 그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따라서 의문사위에서 의문사로 인정하더라도 당사자가 곧바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의문사위가 의문사 진상규명을 하지 못했더라도 민주화보상심의위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1989년 변시체로 발견된 당시 조선대 복학생 이철규씨에 대해 의문사위는 ‘진상 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으나 민주화보상심의위는 올 5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의문사위에서 의문사로 인정된 사람들이 복권이나 보상 등을 받기 위해서는 민주화보상심의위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의문사로 인정받고도 민주화보상심의위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재심을 요구할 수 있고 재심에서도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현재의 민주화보상심의위는 2기이고, 의문사위는 지난달 말로 2기 활동이 끝나고 3기 구성을 앞두고 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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