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답지 못한 野…한나라, 파병-수도이전 등 해법 못내놔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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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당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의 행보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여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만 좇을 뿐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당 지지도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마(魔)의 30%’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열린우리당의 이탈 지지층을 흡수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최근 지지율 상승은 무너졌던 당 고정 지지층이 원상회복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민이 한나라당이 좋아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무력감이 팽배하고 있는 데 대해 당 내에선 주요 현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라크 추가 파병, 수도 이전 문제 등 뜨거운 이슈가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선 “국회 특위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하자”며 애매한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엇박자 행보도 문제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최근 서울 출신 중진의원에게 박 대표의 뜻임을 강조하며 “수도 이전에 대한 공세를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으나 거절당했다는 후문이다.

논의 과정에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2년 임기의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의원들이 1년씩 나눠 맡기로 했던 발상도 ‘구태 정치’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당 내에선 6·5 지방선거 재·보선의 승리를 거치면서 당 쇄신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이 무뎌지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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