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계 개편 첫날 대혼란 ‘대중고통’ 된 대중교통

  • 입력 2004년 7월 1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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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및 수도권의 지하철역 곳곳에서 새 교통카드 단말기가 작동되지 않았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승객들이 무임 승차하고 있다.-이훈구기자
1일 서울 및 수도권의 지하철역 곳곳에서 새 교통카드 단말기가 작동되지 않았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승객들이 무임 승차하고 있다.-이훈구기자
서울의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된 첫날인 1일 서울시의 준비 부족 등으로 상당한 교통혼란이 빚어졌다.

지하철(국철 포함)의 교통카드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이날 오전 무임승차 소동이 벌어졌다. 또 이날 하루 시내버스 무료운행에서 제외된 광역 및 순환버스의 상당수도 단말기 오류로 요금을 받지 못했다.

시내버스 번호가 일제히 바뀌면서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으며 중앙버스전용차로 주변 등 시내 곳곳에서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교통 전문가는 “버스와 지하철의 요금체계가 통합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 충분한 사전 점검을 하지 않았다”며 “개편 시행 날짜를 무리하게 맞추려고 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소동=이날 출근시간대 서울 및 수도권 지하철역 총 392곳 중 140곳에서 교통카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아 무임승차 사태가 빚어졌다.

회사원 김철승씨(38·인천 연수구)는 “공짜로 타니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첫날부터 단말기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시행착오를 겪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 교통카드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스마트카드는 새로운 요금체계 관련 데이터를 단말기에 보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통신장애와 과부하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1일 바뀐 버스 번호와 노선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강병기기자

스마트카드 신형식 이사는 “1일 오전 5시 반부터 5시간여 동안 교통카드 단말기 오작동이 발생했지만 오전 11시경 대부분 복구됐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은 지난달 28일에도 1∼4호선 전 구간에서 교통카드 단말기가 작동되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바 있다.

▽버스 배차간격 오락가락=출근길 버스를 이용하려던 시민들은 바뀐 노선을 모르거나 정류장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정류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다 늦게 도착한 버스 운전사에게 항의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회사원 곽미영씨(29·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광화문으로 직행하던 43번 버스(장지동∼광화문)의 노선이 바뀌어 집 앞에서 초록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로 가 다시 파랑버스를 갈아타고 가느라 시간이 평소의 두 배나 걸렸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김석철씨(44·서울 강남구 개포동)도 “평소 10분에 1대씩 오던 버스가 30분 지난 뒤 도착해 회사에 지각했다”며 “아무리 버스전용차로를 마련한들 이렇게 배차간격이 길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서울시의 안내전화는 오전 내내 불통이어서 시민들을 더욱 짜증스럽게 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 뚫렸지만…=출근시간대 강남대로 미아로 등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된 구간은 버스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앙버스전용차로 전후 지점에서는 예외 없이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수색·성산로의 경우 중앙버스전용차로가 고가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끊겼다가 차로를 바꿔 이어지면서 고가에서 내려오는 차들과 중앙차로로 진입하려는 버스가 뒤엉켰다.

이 바람에 차량들이 시속 5∼10km로 서행하는 등 심한 병목현상을 빚었다. 또 성산대교 방면에서 고가를 타고 넘어오는 버스나 일반차량은 고가 위에서 30분 정도 극심한 정체를 빚었으며 일부 버스 승객들은 고가에서 내려 걸어가기도 했다.

회사원 박광식씨(45·경기 고양시 화정동)는 “평소 오전 9시 화정동을 출발해 30분이면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수색까지 오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며 “광역과 간선 외에 지선버스도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퇴근시간대 강남대로의 경우 일반차로뿐만 아니라 중앙버스전용차로까지 꽉 막혀 중앙버스전용차로제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대책=서울시는 신속한 복구와 개선작업을 벌여 시민 불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제한적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통행하고 있는 지선버스의 수를 늘려 버스의 통행속도를 높이는 방안 등 개선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직 서울시 교통정책보좌관은 “시행 첫날이라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며 “교통체계 개편의 시행효과가 나타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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