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함정 교신 왜 ‘먹통’인가

  • 입력 2004년 7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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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해군함정간 핫라인이 가동한 지 보름밖에 안돼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한다. 지난달 중순 첫 시험교신 이후 우리측의 17차례 교신 시도에 북측이 응답한 횟수가 3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측은 또 군사분계선(MDL) 부근의 체제 선전물도 일부 철거하지 않았다.

지난달 장성급 회담에서 남북이 우발적 무력충돌 예방 및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에 합의했을 때 우리는 이를 환영했다. 남북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첫 걸음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필요할 때마다 ‘먹통’이 되는 핫라인으로는 충돌을 막고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은 결국 북한의 진의(眞意)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측과 유화 국면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 군사조치에 합의했지만 이를 실천할 의지는 애초 없었던 것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북한이 미온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측이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남북 함정들이 서로 교신하며…”라는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서해교전 전몰장병 추도사)은 사실관계에서부터 틀렸음이 드러났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지도부가 북한을 방문해 남북 국회회담 등 교류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한 열린우리당 천정배 대표의 발언은 또 어떤가.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제안은 북측에 이용만 당할 우려가 크다.

정부와 여권은 이제라도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읽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대응방안이 나올 수 있다. 막연한 낙관론은 진정한 남북관계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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