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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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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친노(親盧)단체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홈페이지에는 연일 노 대통령에게 실망해 탈퇴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 극심한 정체성 혼란의 동인으로 작용했다.
또 대표적인 친노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싣자 또 다른 친노사이트인 서프라이즈가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친노 매체끼리 서로를 공격하는 이 같은 양상은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다.
▽이라크 추가 파병으로 본격화=친노 진영의 분열은 최근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내에서 논란이 된 분양가 원가공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그 후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불이 붙었다.
노사모 홈페이지에 ID ‘솔밭사이’가 띄운 ‘침묵하는 양심적 노사모들께 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총선에서 목청껏 ‘대통령을 구해 달라’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지만 난 지금 누구보다도 노사모를 혐오하고 있고, 대통령을 원망한다”며 “침묵하지 말고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 달라”고 요구했다.
서프라이즈의 한 칼럼에서는 “중산층 노빠(노무현 지지자의 속칭)들의 행태는 노무현을 지지한다기보다는 노무현을 마케팅한다고 해석해야 어울린다”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노무현을 마케팅하는 이들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27일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고 김선일님을 마치 노 대통령이 죽인 것인 양 온갖 주장을 쏟아내고 있고 정권 퇴진 주장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친노 진영의 분열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노 대통령 지지층은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비슷하지만 계층적 이념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란 애당초 불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대통령 노무현’이 견지할 수밖에 없는 실용주의 노선은 이념적 진보와 개혁을 주장하는 상당수 지지층과는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라크 추가 파병과 같은 미묘한 선택의 순간에 노선 갈등이 당연히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김의영(金義英) 교수는 “그동안 노 대통령의 정책 노선이나 정책에 있어 지지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이반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예사롭지 않다”며 “20, 30대 지지자들이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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