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 차장이 19일 군 장성 70여명을 상대로 한 ‘무궁화회의’ 강연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에 기초해 방어선에 서 있는 것보다 조국에 대한 자부심에 기초해 서 있는 것이 훨씬 더 강한 군대가 되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이 계기가 됐다.
한나라당은 이 차장의 발언이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28일 공격에 나섰다. 이 차장이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인 데다 그의 발언이 국가 존립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이슈라는 판단에서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이 차장이 군 장성들에게 ‘적(敵)에 대한 적개심을 갖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한 것은 정말 큰 문제”라며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이 같은 부실이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불러 왔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앞으로 깊이 있는 국정조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철저히 짚어야 한다”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듯이 외교안보 시스템의 부실이 드러났다면 빨리 원 구성을 해서 상임위별로 행정부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선(金映宣) 의원도 “군 장병들에게 적은 ‘국가의 적’인데도 이 차장의 발언엔 그 ‘국가’가 빠져 있다”며 “국가의 운영체제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이 차장은 즉각 해임돼야 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이 차장의 발언은 궁극적으로 적이 없는 군대, 적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진 군인을 만들라고 장성들에게 주문한 것”이라며 “한반도는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위협이 존재하는 곳인데도 이런 군대를 만들려는 이 차장의 목표는 무엇이냐.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김선일씨 피살사건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 차장의 발언을 쟁점화하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전반을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원칙적인 발언을 이제는 더 이상 수구냉전적인 사고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NSC측은 이날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NSC의 한 관계자는 “이 차장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국방에 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충분한 해명과 답변을 통해 행사 당일 일부 장성의 오해도 풀렸다”고 반박했다.
한편 청와대측은 28일자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이 차장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으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나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정치공세부터 펴고 있는데, 이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악폐”라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