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호 사장 “7월1일 귀국”…오무전기에 e메일 보내

  • 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54분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선일씨가 다니던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42)은 28일 오무전기측에 e메일을 보내 김씨 피랍사건의 경위와 한국대사관에 납치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 등을 밝혔다.

김 사장은 오무전기 황장수 부사장을 통해 공개한 메일 등에서 “김씨의 안전을 생각해 대사관에 납치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정보기관 관련설 등 항간의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고, 7월 1일 귀국해 모든 것을 직접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오무전기는 4월 이라크에서 직원 2명이 숨진 회사로, 황 부사장은 가나무역이 같은 기독교 계열 회사이고 사업상 필요해 이라크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9일까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확보한 첩보 등을 통해 김씨가 무장세력에게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현지인 변호사를 통해 협상을 진행했고 ‘곧바로 풀어 주겠으니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무장세력측이 곧 풀어주겠다고 한 말만 믿고 있었고, 피살 이후 엄청난 충격에 제대로 대사관에 보고를 할 수 없었다”며 “물의를 빚어 대사관측에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귀국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사장은 “현재 남아 있는 한국인 직원 4명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미군 각 부대장 등과 접촉 중”이라며 “이라크 직원과 제3국인 직원 역시 안전에 위협을 느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미군이 김씨 납치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10일 김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군측에 김씨의 억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고 설명했을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황 부사장은 이에 대해 “김씨가 납치됐는지 등을 미군측 지인에게 알아봐 달라고 김 사장이 부탁을 한 것이고, 이후 미군측으로부터 어떤 답변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설명했다.

황 부사장은 “김씨가 갑자기 피살된 이후 김 사장이 당황한 나머지 여러 차례 말을 바꾸는 등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부사장은 또 “김 사장이 전화통화에서 7월 1일 귀국해 김씨 부모 등을 만나 사죄하고 2일 기자들을 만나 사고 경위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며 “이후 감사원 조사와 국정조사 등에도 적극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가나무역 철수권고 20차례 거부"▼

고 김선일씨가 근무한 가나무역은 4월부터 20차례가량 주이라크대사관의 철수 권고를 받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2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4월 초부터 5월 사이에 대사관측에서 가나무역에 팩스를 통해 ‘납치 및 테러 대상’이라며 철수를 권고했었다”며 “4월 8일 한국인 목사 일행 피랍사건이 발생한 직후 대사관측이 현지에서 수집된 각종 정보를 토대로 기독교 신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가나무역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나무역에 대한 철수 권고는 당시 외교통상부 본부에도 보고가 됐다”면서 “주 이라크대사관 및 외교부 본부에 가나무역에 철수를 권고한 기록이 분명히 남아있고, 감사원 조사과정에서 철저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정부로서는 42시간의 여유밖에 없었다”며 “김 사장의 허위 진술 가운데는 정부의 판단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의 김씨 피랍사실 전화문의’에 대해 그는 “AP측이 지나가는 말로 사실관계를 짚었을 뿐 충분한 ‘주의’ 사인을 주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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