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6월3일 金씨 피랍여부 외교부에 문의”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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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APTN이 방영한 비디오 테이프에 나오는 고 김선일씨의 모습. AP는 이 테이프를 보고 한국 외교통상부에 김씨 피랍 여부를 문의했으나 외교부로부터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김미옥기자
24일 APTN이 방영한 비디오 테이프에 나오는 고 김선일씨의 모습. AP는 이 테이프를 보고 한국 외교통상부에 김씨 피랍 여부를 문의했으나 외교부로부터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김미옥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4일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金鮮一·34)씨 피살사건과 관련한 정부 대응 과정에서의 의문점을 규명하기 위해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씨 사건과 관련된 몇 가지 의문스러운 정황을 정부가 종합 검토한 결과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인 감사원의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김씨 피랍 직후 외국 언론이 외교통상부에 확인취재 사실이 있었는지와 김씨 구출협상 진행상황 등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행정안보감사국을 주축으로 해 특별조사팀을 구성키로 했으며, 필요할 경우 이라크 현지에 조사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과정에서 책임을 물을 게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게 노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희생양 찾기 식의 문책은 하지 않겠지만 조사 결과 직무유기 사실이 드러나면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AP텔레비전뉴스(APTN)는 이날 김씨의 피랍 상태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이달 초 입수해 AP통신 서울지국을 통해 김씨의 신원 및 피랍 여부를 3일 한국 외교부에 문의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APTN은 외교부가 ‘한국인 피랍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답변함에 따라 당시 이를 보도하지 않았으나 김씨 사건이 터지자 이날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AP통신은 이날 오후 잭 스토크스 미디어관계 책임자를 통해 “3일 서울지국의 기자가 한국 외교부에 전화로 ‘김선일이라는 한국인이 이라크에서 실종된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으나, 그 관리는 ‘그런 한국인의 실종 또는 억류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P통신은 당시 비디오테이프 입수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2∼3분 분량의 이 테이프에서 누군가를 향해 영어로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출생지 가족관계 등을 밝힌 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신봉길(申鳳吉)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을 통해 “AP측이 공개한 비디오테이프는 외교부와 정부 전체에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 만큼 AP측은 누가 외교부의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현재 관계 부처와 공보관실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이미 이라크에 파견돼 있는 서희·제마부대 철군 촉구 결의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하는 한편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책임도 따라야 한다”며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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