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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2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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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이 박진 의원의 오르간 연주에 맞춰 전당대회에서 '록'(rock)을 부른다. |
'보수정당' 한나라당이 '변신'(變身)을 꿈꾸고 있다.
최근 '딱딱한'(hard) 정치에서 '부드러운'(soft) 정치로, '낡은'(old) 이미지 대신 '참신한'(new) 이미지로 거듭나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는 것.
이같은 흐름은 당 내부에서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의 연이은 패배 원인을 '젊은층 사로잡기의 실패'로 꼽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네티즌들도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며 일단 호응하는 분위기다. 반면 "정치가 쇼나 이벤트냐"며 '정치의 지나친 연성화(軟性化)'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의원 23명 극단 '여의도' 창단…첫 작품은 정치풍자 단막극
한나라당 소속 의원 23명은 23일 저녁 대학로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극단 '여의도' 창단식을 연다.
홍준표 정병국 심재철 공성진 유승민 나경원 의원등이 동참한 극단 '여의도'는 올 가을 정기국회 이전 첫 공연으로 정치풍자 단막극을 무대에 올리게 된다.
아나운서 출신인 박찬숙 의원이 대표를, 당내 중진 이재오 의원이 제작 및 기획을 각각 맡았다.
'제작자'인 이재오 의원은 "정치현실에서 얘기 못한 것, 정치현실에서 겪는 갈등, 국민들이 정치에서 느끼는 괴리감 등을 연극으로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극단을 창단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또 "단순한 호기심이나 실험이 아니라 연극을 통해 서민을 대변하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재미나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정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록그룹·인라인스케이트…전당대회도 '이벤트化'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소프트 정치'는 공식 전당대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음달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전당대회는 '철저히' 신세대 코드에 맞춰 이벤트로 기획됐다.
초재선의원들로 구성된 록그룹 사운드의 공연이 우선 눈길을 끈다. 박진 심재철 정두언 박형준 김희정 의원 등으로 구성된 록그룹이 행사 당일 숨은 연주 실력을 뽐낼 계획이다.
전당대회의 '뮤직코드'가 록이라면, '드레스코드'는 캐주얼이다. 한 의원은 "참석자들은 스카프나 손수건, 핸드백, 옷 등 뭔가에 한나라당의 상징인 파란색을 걸치도록 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박형준 의원 등이 소속된 당내 인라인 동호회는 인라인을 타고 거리를 누빌 예정이다. 전당대회서 당명이 바뀔 경우 새 당명이 적힌 깃발을 든 채 홍보 캠페인을 벌인다는 발상이다.
▲박근혜 대표 이어 새 최고위원도 '데이트 신청'
한나라당의 '소프트 정치' 최일선에선 박근혜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당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천막 당사'란 '아이디어 상품'으로 승부를 걸기도 했던 박 대표. 그가 내놓은 '소프트 상품'은 최근 젊은층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월드 미니홈피'다.
박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100만번째로 찾은 방문자와의 '깜짝 데이트'를 이벤트로 내걸었다. 박 대표의 프로포즈를 받게 될 '100만번째 네티즌'은 22일 탄생했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데이트 신청'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판단, 아이디어를 일부 '도용'하기로 했다.
다음달 14일 전당대회 참석자 가운데 일부를 추첨, 당일 뽑히는 대표 최고위원과 함께 영화를 보며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참신한 모습 좋다" "정치가 이벤트냐" 평가 엇갈려
이같은 한나라당의 '변신' 움직임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이디 'pohang777'은 한나라당 홈페이지(http://www.hannara.or.kr) 자유게시판에 "요즘 한나라당의 변화된 모습에 찬사를 드린다"며 "꾸준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네티즌 'kimh1k1'은 "한나라당의 '변심'에 눈물과 찬사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한나라당의 대승적 변신과 국민을 염두에 둔 정치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한나라당은 '외모'에만 치중하지 말고 '내실'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네티즌 'minju2004'는 "한나라당이 아무리 쌩쇼를 해도 국민들은 너희들에게 표 안준다"며 거친 말투로 비판했다.
'anyzone'이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정치를 이벤트화하는데 신물이 난다"며 "이벤트 보단 진지하고, 정말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로 전당대회를 치루기 바란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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