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후보 검증]‘兵風수사 유도’…진실은 안밝혀

  • 입력 2004년 6월 20일 19시 00분


이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른바 ‘병풍(兵風) 수사 유도 발언’ 파문으로 지난해 초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검찰과 법원의 잇따른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발언으로 불거진 의혹에 대한 진실도 밝혀지지 못했다.

‘병풍 수사 유도 발언’이란 2002년 8월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기자들에게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수사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를 거론해 달라는 요청을 ‘누군가’로부터 받았다”고 말한 것. 이 후보자의 발언 이후 한나라당은 당시 병풍 수사를 맡고 있던 박영관(朴榮琯)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수사 유도 요청자’로 지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사건을 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2, 3월 이 후보자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세 차례 출두요청을 했다. 병풍 수사 유도를 요청한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요청을 받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수사 유도 요청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힌 이 후보자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 후보자는 검찰 소환에 모두 불응했고, 검찰은 같은 해 3월 26일 이 후보자에 대해 법원에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공판 전 증인신문이란 범죄수사에 필수적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사람이 수사기관의 출석 또는 진술 요구를 거부할 경우 검사가 첫 번째 공판 기일 전에 한해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제도.

이후 법원도 이 후보자에 대한 신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후보자에게 법정에 출석해 검찰의 신문에 응하라고 통보했지만 이 후보자는 여기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이 후보자를 강제 구인하거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이 이 후보자에 대한 증인신문 청구를 스스로 철회했고 지난해 6월엔 박 부장검사를 무혐의 처리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참고인이었지만 사건의 열쇠를 쥔 사람으로 반드시 조사를 했어야 했다”면서 “이 후보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진실을 밝히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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