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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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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현재 당이 처한 위기감은 심각하다. 당이 총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원칙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한때 분양원가 연동제를 수용했다가 강한 역풍에 부닥치자 공개원칙을 재확인했으나 “원가공개 반대는 대통령의 소신”이라는 노 대통령의 직격탄을 맞고 다시 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당의 지도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일정 지분을 가진 김 의원이 “계급장을 떼고 논쟁하자”며 총대를 메고 나선 셈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지도부를 포함한 당내 대다수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신기남(辛基南) 의장도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누구 말대로 청와대에 젖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국민여론을 전하려고 가는 것이다”고 말해 당-청 관계를 ‘젖떼기’ 과정에 비유한 문희상(文喜相) 의원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도 의총 인사말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당 입장 후퇴’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당과 청와대간의 이 같은 기류는 ‘실용주의냐’ ‘개혁우선이냐’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대립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4월 당내 워크숍을 통해 이끌어냈던 ‘실용적 개혁노선’은 개혁을 앞세운 신 의장과 천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게다가 국정을 끌고 가야 할 노 대통령은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할 수밖에 없고, ‘안정적 개혁주의자’인 이해찬(李海瓚) 의원을 총리로 지명함으로써 그 노선을 거듭 밝힌 셈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김 의원 자신은 “이를 권력투쟁의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 내 입각은 이번 문제 제기와는 무관하다”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한 핵심인사도 “당과 청와대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는 취지이지,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당-청간의 구조적 갈등 요소를 또다시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열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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