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비서실장 사칭 사기범 검거

  • 입력 2004년 6월 2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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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노후자금을 다시 마련해주고 싶었는데…."

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사무실. 김우식(金雨植)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칭, 결혼축의금을 뜯어내려고 한 김모씨(33)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증권회사 대리로 근무하던 김씨는 2001년 9·11 테러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고객돈 7억원 상당을 잃은 게 화근이었다. 부모님 퇴직금으로 간신히 손실은 막았지만 이듬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이때부터 공무원 시험준비에 나선 김씨는 번번이 시험에 낙방했고, '노후자금을 빼앗은 불효자식'이라는 짐에 짓눌렸다.

지난달 중순 김씨는 신문을 보다 김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들 결혼식이 이달 말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축의금만 챙겨도 거액을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씨는 지난 17일 신림동의 고시촌 PC방에서 김 비서실장을 사칭한 편지를 썼다.

"…고위 공직자라 축의금을 받을 수 없다. 개별적으로 축의금을 낼 분은 계좌로 돈을 보내 달라…"

인터넷에서 김 비서실장의 모교인 연세대와 서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출신의 재계 유력인사 30여명의 주소를 추려낸 김씨는 타인 명의의 계좌번호를 함께 적어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편지를 처음 받은 재계 인사가 청와대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면서 이 계좌는 돈이 송금되기도 전에 폐쇄되고 말았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타인 명의의 불법통장과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철저히 신분을 감췄지만 통화내역과 은행 폐쇄회로(CC) TV 등을 통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지는 못했다.

경찰청은 이날 김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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