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盧, 오기정치 안타깝다…법치이행 앞장서야"

  • 입력 2004년 5월 28일 16시 22분


박관용국회의장이 28일 오후 환송식을 마친 뒤 국회의사당을 나서며 환송하는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
박관용국회의장이 28일 오후 환송식을 마친 뒤 국회의사당을 나서며 환송하는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
29일이면 16대 국회 임기가 끝난다. 동시에 입법부 수장이었던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격랑의 37년 정치인생을 마감한다.

1967년 이기택(李基澤) 전 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1981년 11대 때 부산 동래에서 당선된 이래 내리 6선의 관록을 쌓았다. 2002년 7월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취임한 그는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재임 중엔 16대 대통령선거와 참여정부의 출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통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등 굵직한 사건이 줄을 이었다.

17대 개원 준비를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박 의장을 28일 오후 국회 본관 집무실에서 만나보았다.

-의회 발전을 위한 노력을 점수로 매긴다면….

"솔직히 '하드웨어'는 많이 고쳤다. 10개월 동안 밀고 당긴 끝에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CBO(의회예산국)처럼 국회 안에 예산정책처도 만들었다. 정부 예산 절감을 유도하고 낭비예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상임위 활동이 생중계될 국회방송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아쉬운 대목은 없었나.

"의원 체포 및 징계동의안이 넘어오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이틀내로 심의하도록 하는 등 개혁안을 준비했으나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

-3월12일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한 데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나.

"탄핵안을 놓고 번민의 나날을 보내긴 했지만 나의 행동에 후회는 없다. 단상이 점거당해 의사진행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과반수 의원이 제안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물러선다면 의회 민주주의 질서를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다수결은 국회법 정신이다. 탄핵 사유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내가 고민할 사항이 아니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안을 기각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복권'됐다.

"헌재의 결정에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헌재는 판결문에서 법치주의를 유독 강조했다. 노 대통령도 헌재가 판결문에 적시한 내용을 교훈 삼아 법치주의 이행에 앞장섰으면 좋겠다. 최근 국무총리 인선 문제에서 보여주는 오기정치의 모습은 안타깝다."

-지난 1년여 기간은 행정부와 의회가 벌인 '긴장의 연속'이었다.

"노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시 국회를 찾아와 협조를 요청한 긍정적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외에 대통령이 의장과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숙의하는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여야도 서로 대화와 타협의 길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사쿠라'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야간 대타협을 이끌어낸 고 조병옥(趙炳玉) 박사의 리더십이 아쉽다. 국민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앞으로 17대 국회가 반드시 다뤄야할 문제는 없나.

"국민들은 '선거 때문에 나라가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래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지방선거 주기(週期)를 맞출 필요가 있다. 마침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 인접해 있어 이 문제를 논의할 적기다.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해서 선거 주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또 현행 국회의원 단심제는 대단히 독단적인 위험한 제도다. 한국 실정에 맞는 상하 양원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때다. 노 대통령이 재임 중 이 같은 개헌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외교통'으로서 최근 논란이 된 한미관계에 대한 생각은.

"미군재배치 논의에 앞서 과연 한미 양국간 신뢰가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 양국간 신뢰가 흔들리는 와중에 터져 나온 재배치 논의가 문제다. 한미동맹의 틀을 대체할 대안 없이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하다. 현재 상황에선 한미동맹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심각한 분위기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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