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감축]수도권 겨냥한 北화력 대비책 있나

  • 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46분


주한미군 2사단 3600명의 이라크 차출로 주한미군 감축이 가시화되자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 같은 안보 불안은 기우(杞憂)라는 일부의 견해도 있다. 북한은 공격능력이 떨어지며, 미국 개입 때문에 안보 불안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의 능력과 미군의 초기 개입에 대한 의문점을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점검한다.

▽북한은 공격능력이 없다?=한국과 주한미군의 연합방어능력을 감안할 때 북한의 선제공격이 전쟁 승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남북한의 군사력 비교는 전문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한국군의 전력은 주한미군을 포함하면 북한의 80%라는 해석(미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도 있고, ‘북한 능력을 넘어선다’는 시각도 있다. 잠재적 생산능력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전쟁 수행능력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 및 미군의 핵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한국국방연구원 부형욱·夫炯旭 선임연구원).

정작 우려되는 것은 무력충돌시 장기적인 승리 가능성이 아니라 무력분쟁 초기에 예상되는 수도권의 피해 가능성이다.

북한의 공격력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것은 170mm 자주포(사거리 54km), 240mm 방사포(60km) 등 휴전선을 따라 전진 배치된 장거리포. 2급 비밀로 분류된 탓에 장거리포에 대해서는 △배치 규모는 ‘세 자리 숫자’이며 △포 1문에서 1분에 3∼5발이 발사된다는 정도만 공개돼 있다. 따라서 300문 보유를 전제하고, 이 가운데 10분의 1이 한미연합군의 공격을 피해가며 분당 3발씩 첫 10분간만 발사한다고 가정해 보자. 900발이 발사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10%가 중부권 도시지역에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의 피해 규모는 엄청나게 클 수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이 발사한 포탄의 궤도를 대(對)포병 레이더를 통해 15초 이내에 추적해 발사 위치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포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동굴을 드나들며 발사되는 북한의 장거리포를 한꺼번에 타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이 능력은 철저히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2사단 2여단 소속 보병 3600명의 차출은 감내할 수 있지만(한국국방연구원 전경만·全庚萬 책임연구위원), 인공위성 및 정찰기의 활동을 통해 장거리포 공격을 95%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미군부대의 철수로 이어질 경우 안보공백은 우려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균관대 김일영·金一榮 교수).

▽미국의 즉각 보호?=이 주장의 핵심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무력충돌에 개입할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 미군은 국내 주둔 자국군이 공격당하면 자동 개입하고, 한미안보동맹에 따라 증원군을 즉각 파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즉각 개입’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 6개항으로 구성된 조약에는 의회의 동의 또는 대통령의 직권으로 증원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의 한국방어 의지 즉, 미 정책당국자의 의지가 초기 대응을 좌우할 수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태효·金泰孝 교수).

현재 한미 동맹관계의 이상기류는 즉각적인 지원이 이뤄질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사태로 최악의 위기국면을 맞았지만, 동맹국인 한국이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파병에는 늑장을 부린다고 믿는 불신감을 미국측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중견 외교관은 최근 “미국이 이라크 파병 과정을 통해 ‘한국은 군사 문제에 관한 한 1급 동맹이 아니다’라고 느낀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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