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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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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가 미국에 ‘발등의 불’이라면 북핵 문제는 한국에 ‘위기의 불씨’ 같기 때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라크 추가 파병의 국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밝혀 미측에 △주한미군 차출 동의 △한국군 추가 파병 재약속이란 두 개의 ‘선물’을 안긴 셈이 됐다. 이는 ‘미국의 이라크 문제를 적극 도울 테니 한국의 북핵 문제에 신경 써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전에도 이라크 파병 문제와 북핵 문제를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해 4월 2일 국정연설에서 ‘첫 이라크 파병 동의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때도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주고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런 태도와 이번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측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CVID)’란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에 북한이 강력히 반발, 6자회담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안에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북핵 위기의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북-미 양국은 11월 미국 대선까지는 시간을 끌겠다며 오히려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 미국 대선 이슈는 ‘이라크’와 ‘경제’뿐”이라며 “북핵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겠지만 이 문제의 실질적 진전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이 북한의 대미 공포심을 약화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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