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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7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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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들이 2, 3명씩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대표로 취재에 나서는 청와대의 풀(pool) 취재 관행이 이날부터 제한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국무회의 같은 공식 행사만 풀 취재를 허용하고 그동안 앞부분만 ‘맛보기’로 공개했던 수석비서관 회의 같은 내부회의는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사진기자들에게도 적용됐다. 앞으로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노 대통령의 얼굴은 상당 부분 청와대 전속촬영 팀이 제공한 사진으로 채워질 것 같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비서실 출입 취재를 봉쇄한 데서 한발 더 나간 조치인 셈이다.
청와대는 풀 취재 기회가 절반가량 줄어드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대변인 팀을 보강하고, 기자들이 머무는 춘추관에 수석비서관들이 자주 찾아와 브리핑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의 근본적 의도는 지난 1년 동안 노 대통령의 언사가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돼 온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실제 노 대통령은 말 때문에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게 입이 가볍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최근 들어 청와대 사람들이 ‘기사(記事) 관리’라는 표현을 자주 입에 올리고 있는 점이다. 청와대와 대통령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나오도록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언론과 취재원의 관계는 한쪽은 캐내려 하고, 다른 한쪽은 감추려하는 ‘쫓고 쫓기는’ 관계다. 청와대측이 바라지 않는 기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숙명적인 관계의 결과물일 뿐이다.
장관들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해 2월 당선자 시절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아예 공개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일이 있다. 시대의 흐름인 행정의 투명화, 개방화의 취지를 감안한 제안인 듯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취재시스템 변화가 노 대통령의 초심(初心)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먼 듯해 안타깝다.
김정훈 정치부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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