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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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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한미군 2사단에서 1개 보병 여단과 지원부대 등 약 4000명을 이라크로 차출키로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17일 정부 내에선 예상했던 일이 마침내 현실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나돌았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가능성에 대비해 왔지만 생각보다 좀 빨랐다”고 반응했다. 미국이 이미 주한미군의 인원 감축을 부를 신속대응군화(化) 방안을 논의해 온 것 등에 비춰볼 때 이번 일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통보시점은 다소 의외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차출 결정은 한미간 협의사항이 아니라 미국이 군사력 배치 원칙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어서 한국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이런 계획을 공식적으로 통보한 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이 기각된 14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의 대책회의는 주말인 15, 16일 잇따라 열렸다.
정부 내에서는 이런 통보 시점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미국이 한국의 4·15총선에서 미국과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는 개혁 진보세력이 대거 당선되고,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기각되는 것을 지켜보며 결국 한미 양국이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반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는 동안 중대 사안을 통보하지 않은 것은 노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숙(金塾) 외교부 북미국장은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주한미군 병력이 약 4000명 줄어드는 대신 기동성 및 화력 향상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방위능력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왜 하필 오늘…” 정부 당혹▼
정부는 17일 주가가 다시 폭락하자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관계자로 구성된 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가동해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특성상 ‘특별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재경부 김석동(金錫東) 금융정책국장은 “고(高)유가, 중국 쇼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는 3가지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는데다가 국내 시장에 매수 주체가 없어 하락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이 짧은 시간에 급등한 만큼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지만 그 ‘폭’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는 4월 23일 이후 20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고유가 등 외부 변수는 우리로서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고 증시 폭락도 장기적으로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 뿐 단기대책은 없다고 설명한다.
연기금의 주식 투자범위 확대, 사모(私募)펀드 활성화 등을 통해 지금의 단기위주 투자를 중장기 투자로 전환하는 방법 이외에 별다른 대책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사태 이후 사실상 업무에 복귀한 첫날인 17일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 대해서 ‘우연의 일치’라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특히 증시 일각에서 제기된 “17일 주가 폭락에는 대외변수 영향도 크지만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 뒤 일성(一聲)으로 ‘개혁’을 언급하면서 강성발언을 한 것이 투자심리를 더 악화시켰다”는 분석에 몹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당국자는 “오늘 아시아 시장이 동반 하락했다”며 이런 해석을 경계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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