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탄핵 관련 법 제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대두됐다.
▽부자연스러운(?) 결정문=헌재 재판관들은 ‘대통령의 위법 위헌’과 관련해 경중(輕重)에 대한 견해차는 있지만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것이 탄핵사유가 되느냐’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뚜렷이 갈라졌다는 것이 헌재 관계자들의 전언.
문제는 이번 헌재의 결정문에는 소수의견이 별도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견(파면 의견)의 재판관들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소수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결정문 중 ‘대통령의 법 위반’ 부분이 유난히 강조됐고, 대통령을 강한 어조로 질타하는 표현이 거듭 나타났다고 한다.
이 같은 과정에서 ‘잘못이 크지만, 탄핵하지 않는다’는 부자연스러운 형태의 결정문이 나왔다는 것.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했지만(결정문 전반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후반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했지만(전반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답변이었다(후반부)’는 표현들이 그 사례들이다.
▽무엇이 문제인가=하지만 이는 ‘헌재 결정문의 모순’이라기보다는 “얼마나 중대한 잘못을 저질러야 탄핵요건이 되는가”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탄핵 관련 현행 법률의 문제’라는 것이 다수 법학자들의 지적이다. 현행법 조항은 위반의 정도와 관계없이 ‘법 위반 사실만 있으면 탄핵사유가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건국대 임지봉(林智奉·헌법학) 교수는 “헌재의 이번 결정은 대통령 탄핵은 ‘중대한’ 위법 행위일 때 가능하다고 헌법 해석을 내린 것”이라며 “위법행위를 적시했지만 중대성이 없어 기각한 것은 있을 수 있는 법 해석”이라고 했다.
이 같은 법조항의 미비점을 의식한 듯 헌재는 결정문에서 ‘탄핵이 필요한 중대한 법 위반’에 대해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는 등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 등이라고 별도로 해석하기도 했다.
▽탄핵 관련법 정비 시급=대통령 탄핵사유를 구체화하는 것 이외에도 △국회의 소추절차 정비 △탄핵사유 추가 및 탄핵 철회 가능 여부 △소수의견 공개 여부 △증거조사 범위 및 제재 강화 등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의 하자 논란과 관련, “국회 소추는 효력이 있다”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결정문에 ‘국회가 ∼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이는 결국 국회의 재량’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넣어 절차에 미비점이 있었다는 의중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때문에 탄핵소추권의 정치적 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의 사전조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핵소추안의 추가나 재판 도중에 탄핵소추를 철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헌법재판소법상 관련 규정조차 없어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명문 규정이 없는 만큼 추가나 철회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견 공개 문제 역시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 특히 “탄핵에서 소수의견 공개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헌재의 해석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법 개정 및 제정 방안 | 논란 부분 | 현행 법 규정 | 개정 또는 보완 필요 내용 |
| 탄핵 사유 | ―헌법 65조1항 ‘직무집행상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 ―모든 법 위반일 경우 탄핵 사유가 되는지, 중대한 법 위반일 경우만 되는지 규정―중대한 법 위반으로 해석할 경우 그 범위와 기준 규정 |
| 국회 탄핵소추 절차 | ―국회법상 소추 절차가 명확하지 않음―국회 차원의 증거조사는 재량권 |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려면 국회가 …한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회의 재량에 맡긴다’는 식의 해석이 나오지 않도록 정비 국회 사전 조사 의무화 및 헌재 증거조사 제한 규정 신설 필요 |
| 탄핵 사유 추가 및 탄핵 철회 | ―탄핵 심판 사건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는 것 외에 관련 규정 없음 | ―탄핵 사유 추가나 철회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 제정 필요―가능할 경우 절차와 범위 규정 |
| 소수의견 공개 | ―헌법재판소법 36조 3항은 ‘위헌법률, 권한쟁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만 규정 | ―‘탄핵에서 소수의견 공개는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라는 헌재의 해석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있음―탄핵심판 사건 등에서 소수의견 공개 여부를 명확히 규정 |
| 헌재 증거조사 | ―헌법재판소법 31조 ‘재판부는 당사자 신청이나 직권에 의해 당사자나 증인 신문, 자료 제출 요구 등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 구체적인 부분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 | ―검찰 내사 및 수사 기록 사본 제출 가능 여부와 증언거부 증인에 대한 제재 실질화 방안 마련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