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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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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이 1시간이나 지났지만 50여명의 당직자 중 출근한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했다. 9시 예정이던 당선자회의도 권영길(權永吉) 대표, 천영세(千英世) 부대표 등 절반(5명)이 안 나와 시작이 하염없이 늦어졌다. 44년 만에 원내 진출을 이뤄낸 민노당의 일상적 풍경이다.
민노당 의원들은 9일 광주를 방문해 5·18묘역을 참배한 뒤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남원연수원에서 정책연수에 들어갔다.
▽‘올빼미형 인간’=당직자 중 ‘아침형 인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출근시간이 늦어도 나무라는 사람도 없다.
반면 며칠씩 당사에서 밤샘을 하거나 새벽까지 일하고 쪽잠을 자는 당직자는 자주 눈에 띈다. 서류뭉치들이 폭탄 맞은 듯 어지럽게 널려있는 책상을 보면 옛날 대학 학생회나 과 사무실을 보는 듯하다. 실제 당직자들 중에는 대학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함께한 사람이 많다. 30대 초중반인 88∼94학번이 실무자의 주류이다.
▽‘어렵지만 즐겁게’=당직자들의 월급은 100만원에도 못 미치지만 찌든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워낙 박봉이라 창당 초기에는 이직률이 높았으나 2002년 지방선거에서 8.1%를 득표 한 후 이직이 멈췄다고 한다. 사무실 자리 배치도 철저한 서열무시형이다. 저마다 담당 분야가 정해져 있을 뿐 명확한 상하 구분도 없다. 대표실 등 모든 부서가 같은 공간에 모여 있어 누가 무엇을 하는지 한눈에 보인다. 사무실에는 웃음과 소곤거림이 끊이지 않는다. 넥타이 양복 차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풀뿌리 당원 직접통제’=당 지도부를 당원 직선으로 선출하고 진성당원 당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평당원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인터넷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은 항상 열띤 토론과 비판으로 넘친다. 당비 수입 및 지출 내용도 홈페이지에 매월 공개된다. 폐교를 인수한 남원연수원에서 9일부터 열리는 의원연수와 관련해서도 당선자 회의에서 ‘좀 쾌적한 분위기에서 연수할 수 없느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자 ‘벌써 기성정치인 닮아 가느냐’는 비판이 즉각 홈페이지에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민노당은 9일 당선자 연수 자료집에서 향후 정국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안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위기의 정치를 계속하거나 민주개혁이란 정체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자기 쇄신 프로그램이 성공할 경우 보수 경쟁에서 한나라당에 뒤쳐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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