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黨정비 의견 듣습니다”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52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의원과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총선이 끝난 뒤 지도체제 개편 및 당 정체성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당 내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5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박진(朴振) 임태희(任太熙) 심재철(沈在哲) 의원 등 재선 의원 10여명을 만나 오찬을 하며 17대 국회 운영 방안과 대여(對與)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은 박 대표에게 “상생의 정치도 좋지만 야당이 여당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적절한 강온 양면전술을 구사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싸우거나 투쟁하기보다는 (여권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며 또한 한나라당의 그러한 노력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헌법재판소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예상도 잠시 화제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이에 앞서 4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덕룡(金德龍) 강재섭(姜在涉) 이상득(李相得) 박희태(朴熺太) 김형오(金炯旿) 이규택(李揆澤) 의원 등 당내 4, 5선 중진의원 6명을 만나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당이 변화하고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으며 의원들은 주로 당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의원은 검찰의 당사 가압류 방침과 야당에 대한 편파수사 문제를 지적하며 적절한 대응을 박 대표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지도체제 개편과 원내총무 경선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으나 일부 의원은 박 대표에게 “17대 국회 첫 총무는 경험이 많은 다선 의원이 맡는 것이 적절하다”며 우회적으로 김덕룡 의원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당 당헌 당규 개정분과위원회는 이번 주 초 의원 및 당선자들을 상대로 지도체제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는 3선급 의원들은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더라도 최고위원간 의사 결정은 협의제로 운영해야지, 만장일치제로 하면 당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며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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