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예산처 ‘與공약 보고서’에 격앙

  • 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58분


“기획예산처가 ‘지라시’ 수준의 보고서를 낸 것 아니냐.”

기획예산처가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대규모 추가 예산이 필요한 만큼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보고서로 당의 총선 공약을 비판했다는 보도(본보 1일자 A1면 참조)가 나온 직후 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산처가 당의 공약을 집행하려면 2007년까지 37조7000여억원의 추가 예산이 든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했지만 당 추산으로는 약 11조원의 추가소요가 예상되며 매년 10조여원 수준의 세수증가요인을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의 공약에 대한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시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정부측에서 변화된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실측도 “정부가 너무 보수적인 것 같다”는 불만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강경주장도 나온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예산처는 보도자료를 내고 “예산처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예산처 오성익 공보관은 “이 자료는 실무자 입장에서 검토해 본 것에 불과하다”며 “결코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조성된 불편한 분위기가 향후 원활한 당정 협의를 저해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앞으로 당쪽의 제안을 웬만하면 수용하는 쪽으로 타협적 자세를 보일 경우 자칫 당정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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