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폭발 참사]”평양 시민들 ‘큰 사고’ 정도로만 알아”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41분


코멘트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났을 때 평양에 머물다 귀국한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이 28일 평양의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났을 때 평양에 머물다 귀국한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이 28일 평양의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평양 시민들은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한 피해나 복구상황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민들은 그저 ‘큰 사고가 났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더라고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발생 이틀 후인 24일부터 나흘간 평양에 머물다 27일 귀국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康榮植) 사무국장이 전하는 평양 분위기는 대참사가 발생한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9년부터 농축산 등 각종 지원업무를 위해 한 달에 한 번꼴로 평양을 왕래하고 있는 강 국장은 운동본부가 2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평양시내 링거액 생산공장 건설공사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강 국장은 본격적인 복구가 진행되고 있던 시점에 평양에 머물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북한의 복구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

북측 당국자나 민간인들과 자주 접촉해 왔던 강 국장이지만 이번 참사에 대응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선 “대형참사 때마다 긴박했던 서울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너무 조용한 모습이었다”며 놀라워했다.

강 국장이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22일 오후 11시 중국 칭다오(靑島)에 있는 칭다오호텔에서였다.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중국인들이 ‘방송 좀 보라’고 호들갑을 떨더군요. CNN에서 사고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마침 함께 있었던 북한 민족화합협의회 당국자에게 물었는데 ‘알아보겠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24일 평양을 방문한 강 국장은 민화협 관계자를 만나 링거액과 라면 등에 대한 지원을 제의했다. 북측 민화협 관계자는 “바빠지시겠다. 대규모 폭발사고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접할 수도 없었고, 얘기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그날 밤 평양 보통강호텔에서 미국의 CNN 방송을 시청하다 150명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평양 사람들에게 얘기해 줬더니 깜짝 놀라더라”고 전했다.

사고가 난 지 사흘이 지난 25일 아침에야 노동신문에 고압선에 닿은 열차가 폭발해 큰 사고가 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방송이나 신문에 참혹한 현장 모습은 나가지 않았다는 것.

그는 “북측으로부터 의료물자보다 시멘트 철근 중장비 등 복구자재가 더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 기준으로 마구 도와줄 것이 아니라 특수 지역의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