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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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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6일째인 27일 중국 국경도시 단둥(丹東)에는 현지의 참상을 알리는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용천에 친척을 둔 단둥의 한 조선족은 “중학교 3학년인 조카(15)가 학교에서 돌아오다 사고를 당해 신의주 도립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면서 “단둥의 이모 2명이 진통제와 화상약을 사들고 신의주로 들어갔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의주의 도립병원, 시립병원, 방직병원, 산원병원 등 4개 병원에는 중상자 400∼500명이 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죽음을 기다리며 (삶을) 포기한 사람이 많다”고 현지 소식에 밝은 한 북한 화교가 전했다.
| ▼단둥서 본 현지상황▼ |
이 화교는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지거나 눈을 심하게 다친 어린이들이 통증을 호소하며 울부짖고 있지만 진통제조차 주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병원에 수용되지 못한 화상 환자 대부분은 동네 한약방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고약만 붙여줄 뿐 다른 치료 수단이 없다”고 전했다.
사고 복구를 위해 용천 남쪽 염주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병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장비와 자재 부족으로 체계적인 복구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사망자는 군인들이 인근 야산에 묻었다고 들었다”면서 “용천이 쑥대밭이 되면서 졸지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노숙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이 반파된 이재민들은 비닐과 담요 등으로 찬바람을 막은 채 밤을 새우고 있으며 아예 집이 없어진 사람들은 도시 외곽에 텐트를 치고 ‘집단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다른 소식통은 “이재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담요, 옷, 이불, 텐트 등 보온장비와 양초, 식량 등”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11시20분경에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압록강철교)를 통해 구호물자를 실은 특별열차가 신의주로 들어갔다. 한 소식통은 “강철과 건축 자재 등을 실은 것으로 보이며 화물칸이 15량 정도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호물자는 트럭을 통해 북한으로 반입되고 있다.
북한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지원 요청을 받은 ‘월드비전 한국’은 27일 담요 5000장을 보내기 위해 단둥에서 민경련 단둥사무소 직원들과 만났다.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피해동포 돕기 운동본부’ 관계자들도 이날 단둥에 도착해 구호품 전달 방안을 북측과 협의했다.
단둥=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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