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김정일이 찾은 농촌지역 ‘한춘허’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돈 버는 근원을 생각하고, 돈을 벌고 나서도 더 벌 것을 생각하라(致富思源 富而思進).”

‘중국판 새마을단지’로 불리는 허베이성 한춘허 마을입구에는 이런 구호가 붉은 글씨로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다. 2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이곳은 중국 정부가 1992년부터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농촌 현대화 사업의 시범지역.

이곳을 방문했던 농민신문 김광동 차장은 “300∼400호가량인 집들은 2층 양옥으로 모두 현대식이다. 집 내부도 수세식 화장실, 서양식 싱크대 등을 갖추고 깨끗했다. 당시 방문했던 다른 중국 농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집집마다 TV도 있고 가구도 세련됐다”고 전했다.

한춘허는 특히 원예산업, 축산업, 관광농업을 결합한 상업농 육성으로 농가당 연간 평균소득이 2000년 기준 8100위안(약 113만원)으로 일반농가(평균 2500위안)보다 3배나 높은 상태. 전국 각지에서 견학 오는 농민도 하루 100명을 웃돈다.

마을 운영의 원칙은 ‘공동’과 ‘협동’. 가족들이 밭일을 나가면 아이들은 탁아소,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공동으로 돌보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마을에 농기구를 공동 보관하는 창고도 있다. 이스라엘의 협동농장인 ‘키부츠’와도 비슷하다.

김 위원장은 한춘허를 둘러보면서 현대화된 농가 시설, 재배 작물, 유통 과정, 정부의 지원책 등에 깊은 관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비닐하우스 대신 홍수와 가뭄에도 끄떡없는 유리온실에 관심이 많아 한춘허를 시찰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연구원 최명해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양빈 어우야그룹 회장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도 그가 랴오닝성에 허란춘이라는 대규모 화훼단지를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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