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노총 "강경노선 불가피"…사민당 총선참패 책임 지도부 총사퇴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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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이남순(李南淳·사진) 위원장이 19일 녹색사민당의 총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강찬수 수석부위원장, 김성태 사무총장 등 한국노총의 상근임원과 비상근 부위원장들도 모두 사퇴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청암동 한국노총 본부에서 산별대표자 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녹색사민당이 총선에 완패함에 따라 약속대로 물러나겠다”면서 “한국노총은 기존 운동방식과 행태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만든 녹색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고 정당 지지율도 0.5%에 그쳐 해산절차를 밟게 됐다. 이 위원장은 총선 전 “녹색사민당이 2%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58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대 노조연합단체인 한국노총(조합원 92만명)은 안팎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경쟁자인 민주노총이 만든 민주노동당이 총선에서 약진하면서 노동운동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임단협과 춘투(春鬪)를 앞두고 정부와 재계의 관심이 온통 민주노총에 쏠리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선 한국노총이 조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조직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일등 노총’의 위상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노총은 19일 박헌수 화학노련 위원장 등 5명의 산별대표자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늦어도 6월 초까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차기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내부 규약을 고쳐 사퇴한 이 위원장의 잔여 임기(내년 2월)가 아닌 3년 임기의 새 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차기 위원장 후보로는 대중적 인지도와 투쟁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 실리적이고 판단이 빠르다는 권오만 택시노련 위원장, 이번에 동반 사퇴한 유재섭 부위원장(전 금속노련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조직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새 지도부는 어느 정도 강경노선을 띠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노선변화 가능성을 점쳤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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