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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5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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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1번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10선 고지’를 노렸던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이라는 목표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참담한 성적을 접하고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서산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며 정치인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했던 김 총재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사실상 정계에서는 물론 자신이 ‘오너’인 자민련 내에서조차 발언권을 상실하게 됐다.
김 총재가 총선 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일단 세대교체 요구가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되는 거대한 변화의 와중에 자민련만 3김 시대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가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당이 존폐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경우 김 총재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차원에서 ‘정계은퇴’라는 최후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김 총재 측근들은 “향후 정국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의 진로를 둘러싼 내홍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민련이 17대 국회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식물 정당’에 머물 것이 확실시되면서 지역구에서 가까스로 ‘생환’해 온 의원들이 총선 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급속히 보수와 진보로 재편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다른 당과의 ‘당대당’ 합당을 통한 ‘셋방살이’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6대 총선에서 17석(비례대표 5석)을 얻는 데 그쳐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뒤 이번 총선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던 자민련은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특히 텃밭으로 여겨온 충청권의 유권자들조차 몇몇 지역구를 제외하곤 자민련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한 충격의 강도가 큰 듯했다.
또 정당 지지율이 스스로 최악의 선거라고 평가했던 16대 총선의 9%(185만9000여표)에 비해서도 훨씬 저조한 것으로 집계되자 이젠 회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깊은 회의감에 빠져 들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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