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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5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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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투표’ 귀화 조선족 최강씨▼
“이제 정말 한국 사람이 된 느낌입니다. 10년 동안 투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는데 직접 참여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15일 오전 9시20분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 성당에 마련된 투표소. 국내의 한 바이오 벤처기업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최강씨(41)가 투표를 마친 뒤 상기된 표정으로 나왔다.
최씨는 중국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자란 조선족 동포. 1995년 한국에 유학온 뒤 박사학위를 땄고 입국 9년 만인 지난해 귀화했다. 이번 총선은 그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가한 첫 선거였다.
“여러 가지로 많이 놀랐어요. 우선 투표하는 날이 공휴일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데도 투표 안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데 또 놀랐습니다.”
또 최씨는 이번 선거에서 유난히 많이 등장한 각 정당의 ‘이미지 정치’에 대해서도 놀랐다고 말했다.
“각 정당 모두 잃어버린 민심을 얻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약이나 정책을 지키는 신실한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10년 동안 지켜봤는데, 한국 정치인들은 선거운동 때는 뭐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많아도 선거만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는 “한국의 민주정치가 점점 발전한다는 느낌은 분명히 든다”며 이번 총선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중국에서는 일하다가도 ‘투표하고 오라’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아무 생각 없이 투표만 했죠. 내 한 표가 나라의 미래를 바꾼다는 책임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민은 대부분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는 것 같아 자랑스럽습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14년째 불법감시 선관위 류명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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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유권자들이 많이 변했습니다. 20번 넘게 선거를 치러봤지만 이번 선거만큼 깨끗한 선거는 없었다고 자부합니다.”
서울 성북구 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 류명곤씨(45)의 얼굴에는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함이 역력했으나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도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뿌듯함이 배어 있었다.
류씨는 1991년 서울 도봉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을 시작한 뒤 14년 동안 선거현장을 누벼온 베테랑. 그동안 세 번의 대선과 네 번의 총선을 치렀고 크고 작은 지방의회 선거까지 모두 20여차례의 선거를 관리 감독했다.
“새 선거법은 말이 개정이지 ‘새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불법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강력해지니 무엇보다 유권자의 의식이 빨리 변하더군요. 일반 시민의 신고가 과거에 비해 3∼4배나 늘어났습니다. 유권자의 의식이 달라지니 후보들이 부정을 저지를 여지가 훨씬 줄어들었지요.”
각 후보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후보와 선거운동원이 걸핏하면 선관위 직원에게 대들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기간에는 후보측과 벌인 언쟁이 채 10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류씨의 설명. 그동안 ‘심판 판정’에 아랑곳하지 않던 후보가 이제 심판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는 “이번 선거가 깨끗한 선거의 초석이 된 만큼 앞으로도 선관위 직원들의 할 일이 줄어드는 깨끗한 선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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