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평상심으로 돌아가자

  • 입력 2004년 4월 15일 17시 40분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광화문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탄핵 무효 범국민행동’이 내일 다시 대규모 촛불행사를 열겠다는 것은 분별없는 행동이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만을 기다릴 수는 없으며 전국적인 무효 운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는 나라의 근간인 법치(法治)를 부정하는 것이다.

제17대 총선이 끝났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총선 민의를 존중하고 각자가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가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사회 갈등을 추스르는 데 협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단체들까지 ‘맞불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니 탄핵 반대와 찬성 집회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것인가.

탄핵 가결 이후의 정치적 견해 표출 방식은 크게 잘못됐다. 집회의 자유도 합법적인 테두리 내로 제한되는 것인데도 자기주장을 위해 법을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불법의 책임은 자신들의 행동이 아니고 법이 잘못된 데 있으며 심지어 ‘함성이 법’이라는 비이성적인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다.

이대론 안 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일이 계속될 수는 없다. 의사표시를 할 만큼 했으면 물러설 줄 아는 것이 민주시민의 성숙한 자세다. 선거로 국회의원을 뽑는 이유는 의회의 틀 안에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라는 것 아닌가. 새로 국회가 만들어졌으니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탄핵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맡기면 될 일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헌재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내려져도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 어느 것도 아니다.

내일 촛불집회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는 자제해야 한다. 탄핵문제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까지 기다리고 그 내용에 승복해야 한다. 그것만이 탄핵사태를 풀고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 이제는 평상심으로 돌아가 내일을 준비해야 할 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