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총선 와중의 재보선戰

  • 입력 2004년 4월 8일 19시 06분


“1교시 수업은 뒷전인 채 0교시 수업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6월 5일 치러지는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 재·보궐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앞 다퉈 선거전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는 지적이다.

개인적으로야 공천 고지를 선점하거나 정치적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확 바뀐 선거방식으로 그렇잖아도 헷갈리는 유권자들에게 더 큰 혼선을 줄 우려가 적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창원시장 재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열린우리당 허성무 경남도당 선대본부장은 7일 회견자료에서 “창원의 경우 총선보다는 시장 선거가 시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판도 경남도의회 부의장도 8일 창원시장 재선거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7월의 도의회 의장에 도전하겠다”며 일찌감치 관심을 유도했다.

한갑현 전 경남도지사 특보와 문진헌 내일신문 본부장, 조영파 전 마산 부시장 등도 최근 열린우리당 공천을 목표로 창원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나라당에서는 박완수 전 김해부시장과 창원 출신의 김충관, 강기윤 도의원이 시장 재선거를 겨냥해 조직을 추스르고 있다.

도지사 보궐선거를 노린 인사들의 움직임도 더없이 분주하다.

한나라당 경남 총선본부장인 권영상 변호사와 안병호 전 수도방위사령관, 전직 공무원인 이태희씨는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다. 현역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하순봉, 김용균 의원도 벌써 창원에 사무실을 냈다. 3선 단체장인 송은복 김해시장과 이상조 밀양시장도 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게 중론이다.

열린우리당 쪽은 장인태 도지사 권한대행과 이덕영 전 정무부지사, 김병로 진해시장 등이 탐색전을 벌이면서 총선 현장의 또 다른 관심사가 됐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표밭갈이를 겸해 총선 후보의 ‘참모’를 맡았다.

‘민주도정실현 경남도민모임’ 관계자는 “총선과 자치단체장 선거는 정치적 의미가 다른데도 재·보궐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미리 선거전에 뛰어드는 것은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홍보인쇄물 발송이 가능해 총선 후보의 인쇄물과 중복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현 시점에서는 50일 이상 남은 재·보선에 눈길을 앗아가기보다 총선이 깨끗한 분위기 속에 끝나도록 힘을 보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자치단체를 이끌겠다면 적어도 사안의 경중과 선후는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