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배국환국장 독설 “관료들은 무능한 정부米”

  • 입력 2004년 4월 6일 2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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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위 간부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무원조직의 비효율성을 질타해 화제가 되고 있다.

행정자치부 배국환(裵國煥) 지방재정국장은 최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행정자치부 직원 연찬회에서 “관료는 아직 농업국가시대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박주현(朴珠賢) 대통령참여혁신수석비서관과 김주현(金住炫) 행자부 차관 등 행자부 4급 이상 간부 200여명이 참석했다.

‘관료사회 정말 변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주제의 종합토론에 나선 배 국장은 “조선의 조광조는 임용 3년 만에 대사헌으로 승진했으나 500년이 지난 요즘엔 사무관이 1급이 되기 위해서 29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나이와 경력이 벼슬”이라고 꼬집었다.

행시 22회인 배 국장은 1월 정부의 중앙부처 국장급 인사교류에 따라 기획예산처에서 행자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배 국장은 “고시 출신 젊은이가 관료사회에 들어오면 너나없이 정부미가 돼버리고 관료들은 민간부문 종사자들보다 우수하다고 착각한다”며 “정부미도 철원 청결미나 이천 임금님표 쌀처럼 차별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장관이 주사 일을 하는 세상이다. 하찮은 것까지 장관이 결재해서는 발전이 없다”며 “한 가지 서류에 10개 이상의 결재를 받는 일은 사라져야 하고 결재 단계를 줄이지 않고는 속도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배 국장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지 부처를 위해 일하는지 모를 정도로 부처간 다툼이 심각하다”면서 “관료조직에 기름이 너무 많이 끼어 아무리 조직을 줄여도 언젠가는 다시 늘어나 있는 등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무원 조직의 개선과 관련해 “철밥통이라는 말은 관료의 수치인만큼 신분보장제를 과감하게 완화 또는 폐지하고 관료사회도 기업 형태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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