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낙하산’ 총선 후엔 또 얼마나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41분


대통령과 여당 주변 인물들을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가 노무현 정부에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6개 자회사 가운데 4곳은 감사가 정치권 출신이라고 한다.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성은 고사하고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사람도 끼어 있다.

공기업은 나라 경제의 중추가 되는 기간산업을 책임지며 해마다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쓴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활개를 치면 경영이 부실화되기 십상이다. 그 폐해는 경제 전반에 미치며 아까운 국민 세금도 샌다. 따라서 부적격자 임명은 나라의 장래를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지금 세계 각국은 좌파정부 우파정부 가리지 않고 공기업 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계기로 공기업 개혁에 시동을 걸었지만 민간기업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교하면 흉내에 그쳤다는 평가다. 낙하산 인사가 걸림돌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지면 노조가 반발하고 ‘낙하산 경영자’는 급여와 복지혜택 등 ‘떡’으로 입을 막는 것이 예정된 코스처럼 돼 왔으니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이런 주고받기 행태가 없어진다 해도 결과는 크게 좋을 리 없다. 핵심 경영진에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앉히면서 입으로만 ‘개혁’을 외친들 누가 수긍하고 따르겠는가.

다음 주면 총선이 끝난다. 변변한 직업은 없으면서 나름대로 여당을 위해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공신’들과 거물급 낙선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공기업 임원 자리가 이들을 위한 ‘전리품’이나 노후 보장 수단으로 점 찍힐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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