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이후]KBS ‘탄핵방송’ 편파성 논란

  • 입력 2004년 3월 14일 18시 45분


코멘트
야당, KBS 항의방문민주당 조순형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14일 탄핵관련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서울 여의도 KBS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조 대표 등은 보도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KBS측이 거부해 실무자에게 항의서를 전달했다.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야당, KBS 항의방문
민주당 조순형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14일 탄핵관련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서울 여의도 KBS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조 대표 등은 보도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KBS측이 거부해 실무자에게 항의서를 전달했다.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탄핵 관련 방송보도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4일 “방송사의 편파 왜곡 보도가 극에 이르고 있다”며 방송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섰다. KBS 시청자들도 “KBS의 탄핵 관련 방송이 공정성을 잃고 불안감과 국론분열을 조장했다”며 항의했다.》

고흥길(高興吉) 한나라당 문광위 간사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방송사들이 앞장서 마치 전체 국민이 탄핵가결을 반대하는 양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편파보도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순형(趙舜衡)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KBS와 MBC를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KBS측은 “방송의 편집권과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보도국장 면담을 거부했다.

KBS1 TV는 13일 상당수 정규 프로그램들을 취소하고 ‘탄핵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대통령 탄핵, 국민은 없다’ 등 5개 특집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 13일 편성표 기준으로 전체 20시간30분 방송 중 12시간을 관련 프로그램에 할애한 것.

이에 대해 민주당은 ‘KBS, 국민의 방송인가, 열린우리당과 노사모 방송인가’라는 자료를 통해 “KBS가 야당의 탄핵안 가결만 비난할 뿐 탄핵의 원인 제공자인 대통령의 독선과 오기 정치, 또한 국회의사당을 폭력으로 점거한 열린우리당의 구태정치에 대해서는 일체의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2일 KBS 1TV ‘9시 뉴스’에서는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한 국민 반응과 관련해 전국 9개 지역에서 16명의 주민 인터뷰 내용을 내보냈는데, 이 가운데 14명이 탄핵을 반대하고 야당을 비난했으며 탄핵에 찬성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이 자료는 또 13일의 ‘9시 뉴스’에 대해서도 △탄핵 역풍 우려, 야 3당 대표 긴급 회동 △열린우리당, 새 당사서 심기일전 등을 야당에 부정적인 보도로 열거했다.

한편 KBS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센터에는 14일 오후 7시까지 30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이 중 90% 정도가 공영방송이 편파보도를 통해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D 이진용씨는 “탄핵 자체가 좋은 방법은 아니었겠지만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과 이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솔씨는 “난국을 극복하고 국력을 모으자고 주장해야 할 공영방송이 오히려 국민을 선동해 막다른 길로 밀어붙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주장했다.

KBS 1TV는 14일에도 ‘전국노래자랑’ ‘열린음악회’ ‘도전 골든벨’ 등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대통령 탄핵, 세계는 어떻게 보나’ 등의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가 다시 정규방송을 내보내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에 대해 KBS 이동식(李東植) 보도제작국장은 “대통령이 권한 정지된 중대사안이어서 긴급 편성해 집중 보도하게 됐다. 탄핵 자체가 찬반이 극명히 엇갈리는 뉴스여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희(朴晟希)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공영방송은 국민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냉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KBS는 주말에 특정 정파를 옹호하는 듯한 보도를 내보냄으로써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