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시위 사흘째 종합

  • 입력 2004년 3월 12일 17시 38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사흘째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됐다.

그러나 물리적 충돌이나 과격시위는 없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과 '국민의 힘', 환경운동연합 등 10여개 친노(親盧)·진보진영 단체 회원 10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탄핵안 철회', '국회 해산'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탄핵안 발의는 법의 가면을 쓴 의회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전 11시경 '근조 16대 국회'라는 검은 깃발을 들고 '16대 국회 장례식'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국회의사당 사진으로 영정을 만들어 향불을 피운 뒤 국회를 향해 두 번 절하고 상자로 만든 국회 모형을 불태웠다.

낮 12시경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일부는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일부는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탄핵 반대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속속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한총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을 즉각 철회하고 16대 국회를 조기에 해산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는 국민행동본부, 청년아카데미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탄핵안 통과를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정몽헌, 안상영, 남상국 등 노 대통령이 죽인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오늘 의회가 정권을 교체한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성숙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고 곧이어 오후 1시경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장소와 국회의장 공관, 한나라당사 등에 35개 중대 3500여명을 투입해 집회 참가자들의 국회 진출을 저지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반경 김모씨(44·일용직 노동자)가 무쏘승용차를 몰고 국회의사당 본관으로 돌진, 본관 앞 계단에 충돌한 뒤 차량에 불을 지르고 소란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당리당략을 위해 싸우는 국회의 행태가 실망스러워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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