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政局 강경 대치]한나라, 표결부담… 발의시점 고심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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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발의 카드’를 치켜들 시기를 가늠하고 있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할테면 해 보라”고 맞서 정치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마침내 ‘탄핵소추안 발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8일 의원총회에서 “전 소속 의원들을 탄핵안 발의자 명단에 포함시키겠다. 발의하면 본회의에 보고가 되고 보고가 되면 24∼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며 탄핵안 발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발의 시점 등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칫 발의를 하면 표결까지 가야 하는 국회법 때문에 표단속이 끝나지 않은 한나라당엔 발의 시점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원총회 직후 ‘내일(9일) 발의한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홍 총무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내일 발의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으로 내일 의총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한발 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대의명분이 있는 일을 원내 1당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힘을 모아야 한다”고 탄핵 발의를 독려했다.

▽민주당=한나라당의 탄핵안 발의 동참 결정으로 힘을 얻은 민주당은 ‘탄핵=국정혼란’이라는 여권의 공세에 대해 ‘탄핵=국정혼란 종식’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국민 여론 획득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은 탄핵이 국정파탄을 초래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민주당이 탄핵 얘기를 해서 국정파탄이 온 것이 아니다. 헌정질서 문란은 노 대통령의 언동 때문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선관위 결정 무시, 서민경제 파탄을 거론한 뒤 “탄핵이야말로 국정 혼란을 일거에 종식시킬 수 있는 헌법 제도”라며 차질 없는 탄핵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도 “열린우리당은 탄핵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린다고 했는데 탄핵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성숙을 알리고 갈등 분열 경제불안을 야기하는 불안한 리더십의 대통령을 바꿔줌으로써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가세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노 대통령은 탄핵 문제가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이날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야권의 탄핵 발의 움직임을 ‘부당한 횡포’로 규정했으며 “이에 굴복할 수 없다”고 불퇴전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에 “경미한 위법”이라고 언급해 ‘위법성’을 인정했고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을 뿐 무시한다거나 정치적 행위를 계속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향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할 뜻임을 완곡하게 나타냈다.

열린우리당도 야당의 탄핵 발의 결정에 저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쿠데타 음모”라며 “대한민국에 모라토리엄(활동의 일시적 정지)을 가져와도 괜찮다는 망발이 나오고 있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이해찬(李海瓚)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이 발의되면 국정이 마비되고 탄핵을 결의하면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다. 내란 음모와 마찬가지”라고 가세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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