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北-美 “파국은 막자” 절반의 타협

  • 입력 2004년 2월 28일 00시 54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힘겨루기로 난기류를 보이던 2차 6자회담이 ‘절반의 타협’으로 방향을 잡았다.

외형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미사여구가 동원됐지만 북-미 양국에 자리잡고 있던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북-미 양국이 서로 상대방에게 먼저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대치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을 앞으로 열릴 실무대표 접촉으로 넘긴 것은 그나마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동문안 작성 합의 배경=북핵 폐기의 방법과 범위를 둔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공동문서 마련에 합의한 것은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는 공통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은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체제 유지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이후 집중되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북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있는 미국도 이번 회담의 결렬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6자회담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운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또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바라는 강대국들의 공통된 인식이 이번 회담에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입장차=공동문안으로 6자회담의 지속성을 이어가겠지만, 북-미 양국의 입장차는 향후 실무대표 접촉을 쉽지 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27일 새벽 미국 대표단의 숙소인 베이징 국제구락부 호텔 로비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미 대표단의 A씨는 “북한이 말한 전면적인 핵활동 중단엔 HEU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북한은 군사 목적 외에 평화적인 목적의 핵능력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발표한 내용은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26일 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북한의 대미비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북한 대표단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회담을 가로막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A씨는 또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올 것 같으냐는 질문에 “북한 대표단에 물어보라”며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 완전 포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그만 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는 점에서 실무대표 접촉이 이어지더라도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베이징=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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