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새 대표가 선대위장 임명”…내분사태 수습 가닥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53분


고민한 만큼 묘수도 나오는 법. 홍사덕 원내총무(왼쪽)와 이상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소장파의 ‘새 당대표의 선대위원장 임명’ 방안을 수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한나라당 제2내분 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갔다.  -서영수기자
고민한 만큼 묘수도 나오는 법. 홍사덕 원내총무(왼쪽)와 이상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소장파의 ‘새 당대표의 선대위원장 임명’ 방안을 수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한나라당 제2내분 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갔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24일 일부 소장파 진영의 ‘새 대표 선출 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방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한나라당 내분사태의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후 “3월 15일경 임시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한 뒤 선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다만 총선 실무를 담당하는 총선기획단은 전당대회 이전에 발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도 “당내 의견을 수렴한 것인 만큼 이 총장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며 당초 ‘전당대회 전 선대위 구성’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소장파 진영은 당 지도부의 제안을 환영했다.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지도부가 소장파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전당대회의 성격도 ‘신당 창당이 아닌 재창당의 계기’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으나 당 내 일각에선 신당 창당의 가능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당 내분이 완전히 봉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내 각 세력은 전당대회를 당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리모델링론 △재창당론 △당 해체 후 신당 창당론의 3갈래 방법론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일부에선 제한적 변신을 시도하자는 리모델링론도 있지만 대다수 소장파 의원들과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은 재창당론에 기울어 있다. 재창당론의 핵심은 현재의 법통을 지켜가면서도 당을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강도 높게 바꾸자는 것이 요지다.

박 의원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재창당 수준의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그러나 신당 창당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장파가 주축이 된 ‘구당모임’도 이날 회의를 가진 뒤 ‘한나라당의 법통을 잇는 재창당’을 추진키로 해 더 이상의 신당 창당 논의를 중지키로 했다.

구당모임의 대변인인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열린우리당 식의 신당 창당은 절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당명을 포함해 당헌 당규, 정강 정책을 모두 바꾸는 재창당을 하게 되면 지도체제의 변화에 따라 당의 주도세력이 교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당모임은 또 ‘5공, 6공 출신 인사 용퇴’ 등의 인적 청산 주장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은 논의를 적극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김덕룡(金德龍) 의원과 일부 소장파 의원이 제기한 ‘신당 창당론’은 급격하게 세(勢)를 잃어가는 양상이다. 신당 논의의 핵심은 외부인물 영입인데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데다 실현가능성마저 희박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편 영남권 의원들은 이날 저녁 회동을 갖고 당내 일부의 신당 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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