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號 좌초하나]측근들까지 “崔 용퇴”…벼랑끝 몰려

  • 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49분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 등 당3역과 ‘구당모임’을 비롯한 각 모임의 대표들은 20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회동을 갖고 최병렬 대표의 조기퇴진으로 당 수습방안의 가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 등 당3역과 ‘구당모임’을 비롯한 각 모임의 대표들은 20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회동을 갖고 최병렬 대표의 조기퇴진으로 당 수습방안의 가닥을 정리했다.
소장파 의원들의 거센 퇴진 압력에 직면한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장고(長考)는 20일에도 계속됐다. 최 대표 부부는 이날 상경하려던 계획을 바꿔 서울 근교에서 하루 더 머물렀다.

그러나 당내 상황은 최 대표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수도권 초재선 및 중진 의원들로부터 시작된 최 대표에 대한 퇴진 압력은 영남권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최 대표의 ‘복심(腹心)’인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과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까지 최 대표의 용퇴를 건의한 배경엔 이 같은 당내 기류를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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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빼고 다른 어정쩡한 수습책을 제시했을 경우 국면전환은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 측근들의 태도변화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공천심사위원인 이문열(李文烈)씨 등 당내외 인사를 포함한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자신은 당무만 챙기겠다는 최 대표의 당초 구상이 ‘실기(失機)했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이날 거처로 찾아온 임 실장으로부터 두 시간에 걸쳐 당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도 “충분히 이해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한다. 자신의 진퇴(進退) 문제에 대해선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습이었다고 임 실장이 전했다.

최 대표의 관심사는 당의 앞날에 맞춰졌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최 대표는 주변에 “자신이 떠밀려날 경우 한국에서 보수당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최 대표가 임 실장에게 “이대로 가다가 당이 무정부상태로 되면 안 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측근은 “이런 정황 때문에 최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퇴진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대표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위기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임 실장은 “최 대표가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최 대표와 전화 접촉을 한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최 대표로부터 곧 출범할 선대위에 권한을 넘긴 뒤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할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근혜 대표’ 급부상 ▼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최병렬 대표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소장파는 물론 강재섭(姜在涉) 강창희(姜昌熙) 의원 등 중진 의원들까지 나서 박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이 거듭나려고 몸부림치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며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내가 희생을 해야 한다면 희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당이 요구하면 대표직을 맡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

―강창희 의원은 박 의원이 새 대표 추대를 수락했다고 하는데….

“강 의원과는 말한 적도 없다. 이 상황에서 답변하기 어렵다. (최 대표의) 구체적인 표명이 있고 가닥이 잡히면 말하지, 미리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 상황에서 최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보나.

“당을 위해서 최선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 않겠느냐.” ―당내의 최 대표에 대한 퇴진 압박이 옳다고 보는가.

“압박일 수도 있지만 언론을 통해 보면 당에서 중지를 모았다고 그러더라. 중지를 모아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안다. 그게 압박일 수 있나.” ―당이 지금 겪고 있는 분란의 근본적 이유는….

“그동안 여러 가지 것들이 쌓여서 된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 대표를 비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그만 말하겠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최병렬 대표 거취 및 새 지도부 구성에 대한 한나라당내 각 진영 입장
모임구성원최 대표 사퇴 여부새 대표 선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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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모임신영국 안택수 등 30여명2선 후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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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 출신 일부강재섭 강창희 등 10여명사퇴당원 대표자 대회 소집
불출마 의원 모임유흥수 등 10여명사퇴전당대회 개최
수도권 출신 일부김기배 박원홍 등 10여명사퇴전당대회 개최 또는 여론조사
수도권 출신 일부이규택 박종희 등 10여명사퇴당 운영위에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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