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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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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달 초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과 각 부서의 과장급(중령)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04년도 업무추진회의’에서 국방백서 초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한 뒤 5월 발간키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백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있으나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관한 대목은 아직 초안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1994년 3월 남북고위급 특사교환을 위한 8차 실무접촉에서 북측의 박영수 수석대표가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위협하는 발언을 한 이후 1995∼2000년판 국방백서에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을 명시해왔다.
그러나 2000년판 국방백서가 발간된 직후 북한이 ‘주적’ 표현에 강력히 항의하고, 국내 보수와 진보 세력간의 갈등이 커지자 국방부는 백서 발간을 격년제로 바꿔 2001년판 발간을 취소했으며 2002년에는 ‘1998∼2002 국방정책’이라는 책자로 백서를 대신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군의 전력증강 추세로 볼 때 주적을 반드시 북한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으나 주적 개념의 삭제가 장병들의 대적관(大敵觀·적군에 대한 뚜렷한 대항의식) 약화와 국론 분열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당초 국방백서에 주적을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충분히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신세대 장병들의 대북 안보의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주적 개념 삭제에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육군은 9일 군 창설 이래 최초로 계룡대에 전군 정훈장교 수백명을 소집해 ‘대적관 확립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주적 개념에 대한 장병교육을 강화키로 결정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정훈장교는 “친북 인터넷 사이트의 범람과 일부 국내 지식인들의 그릇된 안보의식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육군은 올해를 ‘대적관 확립의 해’로 정하고 주적 개념에 대한 장병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남대연(南大連)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백서 발간으로 또다시 국론이 분열될 수도 있어 국방부는 국방백서 발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국방백서의 주적개념 변화 | |
| 발간연도 |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 |
| 1988∼93년도 |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 |
| 1994년도 |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 |
| 1995∼99년도 |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뿐 아니라…모든 외부의 군사적 위협…’ |
| 2000년도 | ‘주적인 북한…’ 표현 유지 |
| 2002년12월 | 국방부, ‘1998∼2002 국방정책’ 책자 발간. 주적 표현 배제 |
| 2003년7월 | 국방부, ‘참여정부의 국방정책’ 책자 발간. 주적 표현 배제 |
| 2004년5월 | 2004년도 국방백서 발간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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